[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중견기업 재무담당 부서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매출을 합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매출에 대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매출전표가 중복 발행돼 실제 매출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그 규모가 이번 분기에만 어림잡아 100~200억원은 족히 돼 보였다.
며칠을 고민하던 A씨는 이건 아니다 싶어 금융당국에 자진 신고를 했다. 금융당국은 A씨의 신고로 조사에 착수, 이 회사의 분식회계 혐의를 찾아냈다. A씨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5000만원 가량의 포상금을 받았다. A씨의 뿌듯함도 잠시, A씨는 회사 동료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A씨는 “회사가 회계장부를 조작하면 당장 위기는 넘기겠지만, 향후 몇 년은 분식 회계분을 메우려면 직원들이 더 힘들어진다”며 “회사의 미래를 생각해 자진신고를 했는데 결국 남은 건 쥐꼬리만 한 포상금과 실직”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와 같이 외부에서 분식회계를 적발하기는 사실 어렵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부 회계법인이 정밀한 감사를 진행하더라도 기업에서 철저히 가공한 자료를 제출하면 이를 찾아낼 방법이 없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분식회계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으려면 A씨와 같은 양심 있는 내부자들의 자진 신고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내부신고 포상금 제도를 도입, 내부 신고자에게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주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제도가 있는데도 내부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선동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내부신고 포상금제가 시행된 지난 2006년 이후 9년 연간 신고 건수는 6건에 불과했다. 최근 회계처리 위반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자진신고 상황은 매우 미미한 셈이다.
포상금제가 잘 실행되지 않은 이유는 신고 이후 근로자가 받는 불이익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 자진신고 이후 회사동료의 눈치 때문에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동종업계에 취업하고 싶어도 내부고발자라는 낙인 때문에 재취업이 힘들다. 물론 신고포상금을 받았지만, 사람들의 눈총과 실직, 재취업의 어려움을 보상할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회사 내부에서 회계장부 조작을 알고 있는데도 덮고 넘어가는 게 신상에 좋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이에 내부신고 포상금을 1억원에서 ‘신고자의 정년 기간까지 받을 수 있는 임금’으로 대폭 상향하는 내용의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 개정안은 또 회계담당자가 분식회계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3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징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법률을 대표 발의한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회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따른 부정 회계 처리를 사전에 막기 위해 1억원 한도의 내부고발 포상금은 부족하다”며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는 특수성을 감안해 포상금의 한도를 대폭 확대해 분식회계 시도 단계부터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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