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신 조직만 축소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 국내 국책은행에 근무하던 A씨는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아시아개발은행(ADB)으로 자리를 옮겼다. 가족이 있는 한국에서 근무하고 싶은 마음에 수년간 채권 전문가로 인정받던 글로벌 금융회사를 그만두고 이곳에 왔지만, 딱딱한 조직문화와 갈수록 나빠지는 처우에 결국 3년 만에 짐을 싸게 된 것이다.
A씨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대적으로 조직개편을 하는데다 갈수록 월급은 깎이고 복지도 안 좋아지는 것 같다”며 “직원들의 사기나 분위기도 떨어져 웬만한 사명감 아니면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내 대표적인 국책은행들이 지난달 31일 또 조직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혁신안 역시 인원감축과 임금 반납이 포함됐고, 그 내용 역시 비슷했다. 국책은행 혁신 공식이 ‘인원감축+임금반납’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실제로 산은은 이번 혁신안을 통해 올해 임원 연봉을 5% 삭감하고, 부행장 자리도 11명에서 9명으로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또 정원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10% 감축하고, 내년 말까지 8개 지점을 조기에 축소하는 등 400억원의 예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수은 역시 지난 6월에 발표한 임원 연봉 삭감 및 직원 인상분 반납 외에 관리자 수 10% 축소, 2본부와 지점 30%ㆍ해외사무소 10% 감축 등 3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기로 했다. 이처럼 국책은행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도 여론의 반응은 안 좋다. 특히 은행 내부의 분위기는 상당히 심각하다. 임금이 몇년 째 동결되는데다 인원이 줄면서 근무 환경이 점점 악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혁신안을 계기로 전체 인원은 주는데 구조조정 관련 부서는 유지되거나 확대된다. 따라서 그 외 다른 부서들이 체감하는 인력의 공백은 더 두드러진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이에 A씨와 같은 금융 전문인력들이 하나둘씩 짐을 싸고 있다. 실제로 산은의 경우 지난 6월 자구계획 발표 후 9월 말까지 19명의 직원이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양사의 관련 대책이 양사가 거의 비슷하고 심지어 지난 6월에 발표한 자구책이 재탕이라는 지적도 많다.
심지어 인사제도(Career Path 제도(산은), Dual Career Track(수은))나 젊은 직원과의 소통(KDB청년이사회, 수은 영보드)을 위한기구도 이름만 조금 다를 뿐 구조가 거의 비슷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들이 혁신안을 발표할 때마다 인원 감축이나 급여 삭감 등 숫자로 나타나는 보여주기식 정책만 발표하다보니 조직원의 사기는 점점 떨어진다”며 “금융 각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야 할 때 오히려 전문인력의 등을 밖으로 떠미는 셈”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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