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노트7·사업정리 등 변수산재
사업계획 12월께나 윤곽 그려질듯
제조업 맏형격 현대차 최악 실적
해외부진·무역정책 변화로 곤혹
조선·중공업부문도 시계제로
선방했던 철강·석유화학도 암담
SK는 내년 2월께나 최종 확정
“당장 내일 상황도 알 수 없는데, 내년 계획을 짤 수가 있겠습니까?”
내년 사업계획 진척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어느 대기업 임원은 푸념과 함께 이런 답을 내놨다.
나라 안팎을 가리지 않은 경기침체에 요동치는 실물경제, 유가 환율 불안 등 시장 상황은 최악이다. 여기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불안으로 경제정책은 사실상 ‘식물’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곧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와 브렉시트 등 글로벌 변수도 글로벌 시장을 흔드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많은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의 윤곽도 잡지 못한 채 2017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ㆍ현대차 ‘빅2’부터 조선ㆍ중공업까지 안갯속 일색=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으로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에 들어갔지만, 갤럭시노트7 사태, 그룹 내 사업 정리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가득하다. 여기에 외국계 펀드나 주주들의 압박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삼성그룹의 사업계획은 빨라야 12월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문제는 유가의 불확실성에 따른 삼성중공업 회생, 또 앞서 실패한 삼성물산 및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분할, 그리고 갤럭시노트7 사태 원인규명 등 변수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바이오 및 의료기기 사업, 그리고 해외 업체 인수가 예고된 자동차 전장 사업도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제조업의 ‘맏형’격인 현대차그룹은 내년 사업계획을 짤 엄두도 못내고 있다. 예년 이맘때 쯤이면 올해 실적을 평가하고 내년 시장상황을 예측하는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올해는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다.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 판매감소에 내수부진, 노조 파업 등이 겹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3분기에 2010년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통 매년 3분기 쯤이면 경영변수들이 줄어들고, 내년 예측이 가능해지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며 “글로벌 수요 감소와 각국 무역정책의 변화가 예상되는 내년 목표를 세우는 일은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LG그룹은 최근 구본무 회장이 다시 한 번 ‘근본적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 뒤, 그룹 내부에서는 예정된 인사와 내부 조직 개편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차전지, 가전 등 순항하고 있는 전통 주력 사업에는 힘을 실어주면서, 스마트폰과 바이오 등 사업에는 대규모 변화가 예상된다. LG화학의 LG생명과학, 팜한농 흡수합병,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LG전자 MC사업부의 갑작스런 구조조정 등은 ‘변화’에 방점을 찍은 내년 사업계획의 예고편인 셈이다. 실제 내년 사업 윤곽은 사장단 인사가 나올 11월 하순 이후에나 생각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31일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구조조정 방안이 확정 발표된 조선사들의 내년 사업계획은 더욱 불투명하다.
조선업 시황에 영향이 큰 국제유가는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다. 주요 산유국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감산과 증산을 오락가락 하고 있고, 이에 해운사들의 신규발주도 여전히 시계제로 안갯속이다.
▶선방했던 철강ㆍ석유화학…암담하긴 매한가지=지난해 최악의 경영환경을 힘겹게 버텨낸 철강ㆍ석유화학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보이지만, 한치 앞의 경기상황을 알 수 없는 터라, 마찬가지로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데 애를 먹고 있다.
철강업계 1위 포스코는 올해 계속된 구조조정과 수익성 위주 경영을 내년에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5년 발표한 그룹 쇄신안이 향후 3년간 경영계획의 큰 그림을 담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이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내외 경영상황이 몹시 불안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계열사 구조조정을 통한 그룹 경쟁력 확보와 고부가가치 사업 전환이 내년 사업계획의 근간”이라면서도 “다만 매출ㆍ영업이익이 어떻게 요동칠 지 알수 없고, 중국발 철강경기 급등락 가능성이 여전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은 정유ㆍ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이 이어진 가운데, 4분기 실적이 내년 사업계획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올 연간 실적을 바탕으로 그룹 계열사들의 사업계획이 꾸려지면, 그룹 차원의 경영전략은 늦어도 내년 2월께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의 독립 경영을 중요시하는 그룹 특성상 사업계획과 경영전략은 해를 넘겨왔던 것이 통상적”이라며 “시장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 최종 사업계획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정호ㆍ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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