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과 김병준ㆍ이정현 대표의 거취가 꼬인 정국의 매듭이 됐다. 7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 철회와 대통령의 2선 후퇴 없이는 여야 영수회담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다시 공은 박 대통령에 넘어갔다. 현재로서는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다음 행보를 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 내정자의 지명을 고수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무총리의 권한을 100% 보장한다는 선의 ‘책임총리’로는 야당 대표들을 영수회담으로 끌어내기를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비박계 의원들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사퇴는 물론,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전면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한번 뚜렷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제 3차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된 12일까지가 박근혜 대통령과 김 총리 내정자, 이정현 대표의 결단이 정국을 수습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과 김 내정자, 이 대표가 야당이 수용가능한 수준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격화일로인 민심을 타고 박 대통령의 퇴진 요구가 정치권에서도 전면화하리라는 전망이다. 또 새누리당도 주류와 비주류간의 내홍이 분당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회합을 갖고 이 대표의 즉각 사퇴와 김 내정자의 지명 철회 등을 요구했다. 현재 지도부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을 선언한 이들 의원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별도의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당지도부 사퇴와 함께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것 ▷김 내정자 지명철회 및 총리 추천권의 국회 이양 ▷거국중립내각 구성 ▷ 대통령의 탈당 등을 요구했다. 사실상 야당의 요구에 전면적으로 힘을 실은 것이다.
야권도 한층 강경한 태도로 총리 지명 철회 및 대통령 2선 후퇴 등의 선결조건 등을 요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민심에 반하는 폭주개각을 철회하고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해 정국을 수습해야 한다”며 “끝까지 외면하면 불행히도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요구가 선결되지 않으면 대통령에 대한 하야요구나 탄핵소추안 발의 등을 전면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세번째 사과가 곧 필요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정국수습을 위한 해법을 내지 않으면 민심을 따르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국민당, 정의당 등 야 3당의 대표들은 오는 9일 회동을 갖고 정국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같은 야권 및 여권 일각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김 내정자, 이 대표는 전향적인 입장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이날 국회를 방문해 이정현 대표와 박지원 비대위원장 등을 차례로 만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내정자 인준에 국회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야당의 선결 조건에 대해서는 영수회담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개각철회, 책임총리, 거국내각 등 정치권에서 제기된 해법을 영수회담에서 풀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를 거부했다.
이정현 대표도 즉각 사퇴가 불가하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대통령을 도울수 있도록 제게 조금만 위기관리의 시간적 여유를 허락해달라”며 “위기를 방치해두고 도망가는 무책임한 당대표이고 싶지는 않다, 사태수습을 포기하고 배에서 혼자 뛰어내려 달아나는 비겁한 선장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선(先)수습 후 거취 결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도 자진 사퇴 의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뜻을 표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삼청동 금융감독
원 연수원 사무실 출근길에서 기자들을 만나 “여ㆍ야ㆍ청이 합의를 봐서 좋은 총리 후보가 나오면 저는 없어지는 것이다. 제가 걸림돌이 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 물러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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