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미쉐린 3스타, 김병진 ‘가온’ 총괄셰프 인터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쉐린 가이드 발표가 난 후 직원들한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쉴 새 없이 예약 전화가 와서 직원 두 명이 밥도 못 먹고 전화만 받았어요. 내년 예약도 잡혀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에서 한식당 ‘가온’이 3스타를 받았을 때 세간의 반응은 엇갈렸다. 가온을 알던 사람은 “노력이 결실을 봤다”고 찬사를 보냈고, 가온을 모르던 사람은 “특급호텔도 받기 힘든 별점인데 가온은 어디지?”란 호기심을 보였다.

지난 11일 서울 신사동 가온에서 김병진 총괄셰프를 만났다. 그는 셰프의 덕목으로 ‘식재료에 대한 책임감’과 ‘끊임없는 연마’를 꼽았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 11일 서울 신사동 가온에서 김병진 총괄셰프를 만났다. 그는 셰프의 덕목으로 ‘식재료에 대한 책임감’과 ‘끊임없는 연마’를 꼽았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가온이 누구나 아는 레스토랑이 되기까지는 김병진(40) 총괄셰프의 공이 컸다. 그는 지난 2003년 가온이 문을 열 때 합류해 14년째 가온에 몸담고 있다.

지난 11일 가온에서 만난 김 총괄셰프는 “대학에서 조리를 전공하고 퓨전 음식, 중식을 거쳐 한식을 하게 됐다”며 “양식이나 중식은 새로운 음식이라 좀더 수용하는 부분이 있는데, 한식은 계속 먹어왔던 음식이기 때문에 다 전문가라서 고민거리가 더 많다”고 말했다.

서글서글한 성격의 그이지만 요리를 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하다. ‘식재료에 대한 책임감’과 ‘끊임없는 연마(硏磨)’를 자기 자신과 팀원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셰프의 가장 큰 덕목은 식재료를 대하는 절대적인 책임감이고. 맛은 자연이 만들어놓은 이상은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원재료의 맛이 100개라면 그 중에서 90개 이상을 끌어낼 수 있게끔 계속 기술적인 부분을 연마하는 게 셰프가 해야 할 일입니다”.

식재료를 중시하는 그는 총괄셰프에 오른 뒤에도 매일 새벽시장에 나가 직접 장을 본다. 밤 11시 넘어 퇴근을 하는데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사다 식당에 옮겨 놓는다. 그 후 집에 가서 쪽잠을 자고 새벽 5시에 다시 시장에 들렀다 출근한다. 하루에 3시간밖에 못 자지만 그는 “재미있다”고 말한다.

음식은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조화 속에서 단조로운 미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음식이 보여주려는 것은 주연의 역할을 하는 한 가지 재료다. 나머지는 조연 역할만 한다. 주연이 맛있어야 나머지도 맛있다”고 김 총괄셰프는 설명했다.

지난 11일 서울 신사동 가온에서 김병진 총괄셰프를 만났다. 그는 셰프의 덕목으로 ‘식재료에 대한 책임감’과 ‘끊임없는 연마’를 꼽았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 11일 서울 신사동 가온에서 김병진 총괄셰프를 만났다. 그는 셰프의 덕목으로 ‘식재료에 대한 책임감’과 ‘끊임없는 연마’를 꼽았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김 총괄셰프는 현재 5명의 셰프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매달 품평회를 열어 서로의 요리를 먹어보고 어떤 음식을 잘 하는지 찾아준다. “가온은 대외적으론 레스토랑이지만 대내적으론 연구소입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실한 노력파인 김 총괄셰프에게 미쉐린 별점은 목표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찾아왔다. 여기에는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의 한결같은 지원도 밑거름이 됐다. 조 회장은 오랜 시간 한식 발전을 위해 투자한 결과 광주요그룹이 운영 중인 레스토랑 두 곳(가온, 비채나) 모두 미쉐린 별점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김 총괄셰프는 “지난 13년간 가온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2003년 문을 열었다 5년 만에 문을 닫고 지난해 1월 다시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매달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회장님은 단 한번도 저희에게 돈을 벌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돈을 벌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 일을 통해 한식의 문화적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가온 셰프들이 행복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미쉐린 수상 직후 조 회장은 김 총괄셰프와의 통화에서 “내가 지금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후 조 회장은 “미쉐린 레드가이드 등재는 우리 민족의 식문화가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은 첫 선례”라며 “가온과 비채나가 한국 식문화의 자긍심과 국민 사기를 높이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세계인이 즐기는 식문화로 이어져 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식 세계화에 대해 김 총괄셰프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내놨을 때 외국인들도 좋아할 수 있다”며 “우리가 먼저 한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쉐린 가이드 발간은 한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셰프 지망생 중에도 한식 셰프 지망생은 적은데 이번 계기를 통해 한식을 좋아하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