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독일의 화학ㆍ제약 업체 바이엘은 지난 9월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미국의 몬산토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이 660억달러(약 74조8000억원)에 이른다. 농약의 바이엘과 종자의 몬산토가 불러올 농업의 미래상이 우리의 관심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 LG화학이 동부팜한농을 인수해 회사명을 팜한농으로 정하고 종자와 작물보호제 시장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런 듯 국내외 농산기업들의 굵직한 인수합병이 줄을 이으면서 종자와 작물보호제 시장변화가 가속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가는 글로벌 종자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모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16일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국내 종자업 등록수는 2000년 415개에서 지난해 1699개로 최근 15년동안 4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채소 종자업체의 비중은 같은 기간내 41.9%에서 16.3%로 감소했다. 완전민간주도형인 채소종자업체는 270여개인 가운데 상위 10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260여개 업체가 나눠먹는 구조로 영세한 실정이다.
특히 국내 채소종자업계는 1∼2품목을 대상으로 종자를 생산하는 개인육종가 중심의 구조다. 이로인해 전문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이 어렵다보니 수출뿐만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거래교섭력 확보가 힘든 상황이다. 또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수출단가 인하와 해외기업의 M&A 표적이 됐다.
종자연구자들은 개별육종가의 협력을 통해 영세성을 극복하고, 생존 경쟁력도 증대시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양미희 농림축산식품부 연구관은 “국내 영세 종자업체들이 컨소시엄이나 합작회사를 만들도록 유도하거나 협동조합 형태의 협력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R&D, 인프라 구축 등을 계속 정부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대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 종자업계도 중국의 신젠타 인수합병의 사례처럼 중장기 적인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신젠타는 2000년 유럽 제약업체인 노바티스(Novatis)와 아스트라제네카(Astra Zeneca)의 농약 부문이 합병해 설립된 농업생명공학기업이다. 미국 콩 종자의 10%, 옥수수 종자의 6%를 공급하고 있다. 농업용 화학약품 분야 세계 1위, 종자ㆍ생명공학 분야 세계 3위로 거대 기업이다. 중국화공그룹은 지난 2월 신젠타를 인수, 세계 종자시장 공략에 나섰다. 신젠타의 전체 R&D 투자액은 6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국내 종자업계는 영세규모로 R&D 투입비조차 열악한 수준이다. 정부의 농업 R&D 예산의 8% 정도만이 종자 분야에 투자된다. 몬산토의 R&D 투자금액은 2014년 17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종자시장 규모의 2배에 이른다. 일본의 사카타 R&D 투자액도 4500만 달러로 상당한 규모다.
양 연구관은 “우량 신품종 육종․개발을 위해서는 R&D 투자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골든시드프로젝트(GSP)이 차질없는 지원을 통해 기업의 참여와 민간의 연구ㆍ개발비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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