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가죽은 일반인에겐 생소하다. 활용도 면에선 소가죽이 제일이어서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탄력있고 부드럽기로 치면 사슴가죽이 앞 줄에 선다. 아기 사슴의 가죽은 ‘차이나 벅’으로 불리며 한 때 맞춤구두 업계의 ‘핫 아이템’이었다.

사슴의 고운 가죽엔 날벼락이겠지만, 요즘 세태가 ‘녹비왈자(鹿皮曰字)’란 말을 곱씹게 한다. 사슴가죽에 쓴 ‘曰(가로 왈)’자를 위ㆍ아래에서 잡아당기면 ‘日(날 일)’자가 된다는 뜻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얘기다.

사진출처=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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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검찰수사’로 위기 때마다 재미봤던 집권자가 급했던 모양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수사한 검찰을 향해 사상누각ㆍ인격살인이라는 센 표현을 썼다. 현직 대통령을 범죄 피의자로 낙인찍은 영향이다. “정치검찰이 조직보호를 위해 대통령을 제물로 바쳤다”고 펄쩍뛰는 국회의원도 있다. 불리하면 검찰수사를 들먹이며 비판 세력의 입을 막아왔던 대통령이 이제와서 검찰을 못 믿겠다니 모양 빠진다. 검찰을 귀걸이나 코걸이 쯤으로 생각해왔단 건지 정치 9단의 셈법이 요지경이다.

‘박근혜 게이트’ 로 가려져 있지만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의 미국 하와이대 ‘석박사 학위 사칭’ 문제가 시끌시끌하다. 대표 인문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라 파장이 더하다. 학위 사칭이 사실로 밝혀졌는데도 학위와 실력은 별개라고 주장하며 도 교수를 옹호하는 측과 이를 비난하는 그룹으로 나뉘어진 형국이다.

같은 학교 한학성 교수(영어학부)는 “학위 사칭에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며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그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식으로 발뺌하다 고의는 아니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었다. 그는 마지못해 잘못을 인정한다고 하긴 했지만, 책임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도처에 사슴가죽을 멋대로 늘이고 줄이다 망신당하는 군상(群像)이 적지 않아 애처롭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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