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에 친박(親박근혜)계 단일후보인 정우택 의원이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비박(非박근혜)계에 쏠리는 듯했던 당 주도권의 ‘원상복구’다. 당 청산을 주장했던 비박계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비상대책위원회 수립도 ‘친박의 뜻대로’ 될 가능성이 크다. 보수 역사상 첫 분당(分黨) 사태의 시작이다.

덩달아 정국도 출렁인다. ‘비박신당’과의 연합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국민의당과 제3지대 세력은 여권발(發) 정계개편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내년 1월 귀국할 예정인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이들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 국정운영 측면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힘을 받는 한편,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류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사진=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뽑기 위해 열리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후보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택 의원, 이현재 의원, 나경원 의원.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사진=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뽑기 위해 열리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후보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우택 의원, 이현재 의원, 나경원 의원.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새누리당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경선을 열고 정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뽑았다. 정책위의장에는 이현재 의원(재선)이 선출됐다. 정 의원은 재적의원 총 128명 중 119명이 참석한 원내대표 경선에서 62표를 획득, 비박계 나경원(55표 획득) 의원을 제치고 승리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중립성향 의원 다수가 친박계 쪽으로 돌아선 셈이다.

비박계의 집단 탈당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비박계 일각에서는 비대위원장 인선 투쟁에 나서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미 세력의 차이가 드러난 마당에 2차전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친박계는 이정현 대표의 사퇴(21일) 전 전국위원회ㆍ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한 뒤 자파 성향 비대위원장을 추대, 속전속결로 권력이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비박당과 친박당이 ‘반기문 쟁탈전’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이 모두 개헌을 고리로 한 재집권을 구상하고 있어서다. 친박계가 충청 출신 정 원내대표 당선자(청주 상당)를 내세운 것도 반 총장 영입 가능성을 키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비박계는 혁신성이 무기다. 반 총장과 긴밀한 관계인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향한 양측의 구애가 가시화할 수도 있다.

비박신당과의 연합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국민의당과 제3지대 세력은 여권발 정계개편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내에서는 “보수든 진보든 합리적ㆍ개혁적인 세력이라면 누구든 함께하는 것이 ‘고질적 양당체제’를 깨러 나온 국민의당 창당 정신”이라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ㆍ김용태 의원 등 선(先) 탈당파와 이재오 전 의원ㆍ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중도 빅텐트(big tent)’ 주창 세력도 비박신당과 힘을 합치면 급격히 세를 불릴 수 있다.

국정운영 측면에서는 황 대행 체제가 힘을 얻게 됐다. 친박계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리가 끝날 때까지 기반을 유지하며 지지율 반등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크다. 친박계는 실제 “12월 임시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황 대행은 빼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양보 협치냐’, ‘친박당 고립을 통한 선명성 부각이냐’. “친박과 대화 불가”를 외친 민주당의 고민이 커지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