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 시리아 · 남중국해…적극성 실종에 개입 부재까지 ‘세계의 경찰’ 美 역할 급속 위축…동맹국들 ‘불안한 목소리’ 쏟아져
“우리에게는 세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며,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통해 미국은 온 세상에 영광의 땅이 될 것이다.”
미국 독립혁명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정치사상가 토머스 페인은 1776년 ‘상식’에서 이 같이 말했다.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십자군적 사명감에서 발로한 미국의 건국이념은 그동안 ‘세계의 경찰’을 자처한 미국 역할론의 사상적 배경이 됐다.
그러나 최근 국제정세에서 미국의 역할이 예전에 비해 크게 축소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이 전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저물고, 여러 세력들이 각축하는 ‘다극화’ 혹은 패권국가가 없는 ‘G제로(무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힘의 공백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한 이들이 오바마 대통령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이 ‘소심 외교’로 비판에 직면했으며 동맹국의 우려와 분노를 촉발하고 있다”면서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를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 대외전략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적극성과 개입의 부재’다.
9ㆍ11 테러 주범이자 알카에다의 리더 오사마 빈 라덴을 2011년 7월 사살하는 성과를 냈던 1기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동에선 시리아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위험을 회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8월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도 군사 개입을 통한 응징에 나서지 못했다.
2011년 무하마드 카다피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사용했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시리아 인근에 배치했지만 끝내 철회했다. 4년 간 16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9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한 시리아 내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때문에 세계의 평화와 질서 유지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 총책임자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주 모교인 예일대 졸업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난 10년 간 과도한 개입주의의 유물이 지나친 고립주의로 이어져선 안 된다”면서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존재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부재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불안해하기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를 지지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오바마 대통령은 올바른 직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항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 전략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정부의 ‘무(無)행동’ 외교를 보는 동맹국은 더 불안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같은 전통적 동맹국도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투르키 알파이잘 왕자는 FT에 “늑대가 양을 잡아먹고 있는데도 양떼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양치기가 없는 꼴”이라는 비유로 오바마 행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FT는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시기적절한 대응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면서, 이를 계기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이들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세력으로 커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오바마 정부에 몸담았던 제레미 샤피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국제 정치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미국은 다른 외교 전략 운용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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