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자영업자 대출로 리스크 전이 중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올 한해 금융당국의 최대 화두는 가계부채였다. 가계부채와의 전쟁으로 시작해 가계부채로 끝난 한해와다름없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예상치를 뛰어넘으면서 급기야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이자만 갚는 구조에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 나가는 가계부채 전체의 구조를 변경하는 이른바 ‘느긋한 관리’를 했다면, 올해는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인 주택담보대출을 분야별로 들여다보고, 증가 속도를 줄이기 위한 갖가지 대책을 쏟아내는 촘촘한 관리모드로 돌아섰다. 또 은행권 뿐 아니라 보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까지 관리 영역도 확대했다. 하지만,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막아내는 데는 다소 역부족인 한 해였다.
▶정부 예측 벗어난 가계부채= 올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가계부채에 대해 비교적 느긋한 자세를 보였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122조원이나 늘긴 했지만, 이는 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 차원의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심지어 “가계대출 증가가 주택시장 정상화와 실물경제 회복에 기여한 점이 고려돼야 한다”며 가계부채 증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가계부채 전망 역시 증가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총량 증가는 둔화하고, 부채의 질은 개선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가계대출은 정부의 예상대로 가지 않았다. 은행권에 이어 보험권까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됐지만 가계부채의 급증세는 여전했다. 저금리로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들이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간 탓이다. 특히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에서 빠졌던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어느새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바라보게 됐다.
▶가계부채 풍선효과에 바빠진 당국=정부는 가계부채를 잡으려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 주택공급 관리까지 포함하는 8ㆍ25 가계대책을 발표한다. 가계부채의 수요(금융)만 단속하는 게 아닌 공급(부동산)까지 줄여 부채를 관리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때도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은행이 사업성을 평가해 리스크 관리를 하도록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히지만 정부의 이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공공택지 공급 감소로 신규 아파트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자금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으로 더 몰려들었다.
여기에 아직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은 상호금융 등 2금융권과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비주택 담보대출도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정부는 풍선효과를 막고자 집단대출은 물론 2금융권의 주담대까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LTV(담보인정비율)를 낮추는 등 추가 대책을 연속으로 발표했다.
▶주담대는 진정세…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정부의 이같은 노력으로 연말로 접어들며 가계대출 증가세는 다소 완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정부의 정책 효과가 사라지자 급감하기 시작한 소비절벽으로 인해 취약계층인 자영업자 대출이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자영업자 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사업자대출, 신용대출 등 여러 분야에 산재해 있어 정확한 대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관리 역시 힘들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이 462조5000억원에 달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최근 송년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 문제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세부적인 리스크 요인을 진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리스크 관리 부문에 가계부채를 상정한 상태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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