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운명의 날, 18일 서울 서초동 사옥이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그룹 수장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서다.
고(故) 이병철 회장때부터 시작된 수요사장단 회의도 전날 오후 전격적으로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사상 초유의 리더십 공백 위기란 절체절명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8일 오전 6시30분. 삼성 미래전략실 김종중 팀장(사장)은 출근길에 마주친 기자들이 ‘준비 잘하셨냐’는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굳은 표정은 게이트를 통과한 후에도 풀리지 않았다. ▶관련기사 2면 지난해 말 서초사옥으로 이사한 삼성증권의 윤용암 사장도 ‘영장 결과 전망’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아무런 말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사장단 회의가 취소된 이날 오전 삼성 서초사옥 1층은 황량했다. 숨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간 매주 수요일은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서초사옥에 모여 ‘수요 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사장단 회의가 취소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당일이란 점이 고려된 결정이었다. 수요사장단 회의 취소는 2009년 1월 특검 여파로 사장단회의가 취소된 이후 8년 만이다.
미래전략실 관계자들 역시 영장 심사 결과 전망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그룹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란 점에서 ‘사견(私見)’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래전략실 한 관계자는 “긴장하고 있다고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삼성의 긴장감은 최근 두세달 사이 계속 상승해왔다.
긴장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8일이었다. 당일 검찰은 삼성의 심장부 미래전략실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이 부회장의 검찰 조사와 청문회 출석, 특검 소환 조사도 있었다.
삼성 계열사 사장들의 입이 굳게 닫힌 것도 삼성의 위기가 본격화 된 이후부터였다.
올해 들어선 간혹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웃으며 인사말을 건네는 사장도 있었으나, 최근엔 이마저도 사라졌다. 덕담과 미소도 상황에 맞아야 본래 의미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매출 270조원(2015년 기준), 시가총액 400조원, 브랜드가치 세계 7위의 글로벌기업 삼성그룹의 운명이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고 있는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 달렸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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