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샤또(Chateau)에서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도밭과 와인 생산시설, 저장시설이 완비되며 샤또에서 병입까지 완료된 와인을 일반적으로 제대로 된 와인이라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반적인 관행을 깨고 자신의 차고에 마련된 생산시설에서 실험적인 와인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개러지(Garage) 와인이 바로 그것이다. 개러지 와인은 이름 그대로 차고에서 만든 와인이다. 하지만 현대에서의 개러지 와인은 혁신적인 와인메이커들이 전통에 반하는 도전정신으로 만든 최고급 품질의 소량 생산 와인으로 통한다. 개러지 와인 생산자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곳은 바로 프랑스 생떼밀리옹에 위치한 ‘뛰느방(Thunevin)’이다.

뛰느방의 와인메이커 ‘장 뤽 뛰느방’은 13년 동안 은행원으로 일하다 1989년 와인사업에 뛰어들었다. 생떼밀리옹 지역의 0.6ha의 재배지를 인수해 자신의 차고에서 와인을 처음으로 양조했다. 전통적인 보르도 양조방식에서 벗어나 리(Lees) 숙성을 진행하는 부르고뉴 양조 방식을 접목하는 그의 독특한 양조 방법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1991년 출시한 ‘샤또 발랑드로(Chateau Valandraud)’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보르도 최고급 와인 샤또 페트뤼스(Chateau Petrus)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로버트 파커는 장 뤽 뛰느방을 가리켜 “전통과 관습의 둘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성으로 성공한 고집스러운 괴짜이자 천재”라며 ‘생떼밀리옹의 배드 보이(Bad Boy)’라는 애칭을 지어주었다.

[사진설명=뛰느방 배드보이]
[사진설명=뛰느방 배드보이]

그러나 뛰느방에 샤또 발랑드로와 같은 고가 와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 뤽 뛰느방’은 소비자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을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배드 보이 시리즈’다. 배드 보이 와인은 와인메이커 ‘장 뤽 뛰느방’이 자신의 애칭을 따서 만든 제품으로 자신에 대한 오마주를 보여주며, 보르도 와인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러지 와인 푯말 위에 손을 올린 양 캐릭터 레이블은 위트와 동시에 뛰느방의 양조철학을 보여준다. 평균 수령이 약 50년 정도된 포도나무의 베리로 만들어진 ‘배드 보이’는 더욱 복합적이고 깊이 있는 와인의 풍미를 느끼게 하며, 잘 숙성된 탄닌의 파워풀한 질감이 강렬한 과실 미감과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긴 여운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배드걸(Bad Girl)’은 ‘장 뤽 뛰느방’의 동반자이자 동업자인 부인에게 바치는 제품이다. 레이블에서 열을 지어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흰 양 무리 가운데 특이하게 홀로 반대방향을 바라보는 핑크빛 양이 있는데 이는 여타의 보르도 크레망과 차별화되는 ‘뛰느방’의 유니크함을 표현한다. 150kg의 포도를 압착해 100L 포도원액만 추출, 전통적인 샴페인 방식으로 병내 2차 발효를 통해 산뜻한 버블을 만들어냈다. 약 20개월 동안 리(Lees) 숙성을 통해 크리미한 질감을 완성했다. 풍부한 과일향과 신선한 산도가 잘 조화된 스파클링 와인이다.

[사진설명=뛰느방 배드보이 시리즈 3종]
[사진설명=뛰느방 배드보이 시리즈 3종]

한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베이비 배드 보이(Baby Bad Boy)’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한국에 방문했을 때 마셔본 와인의 느낌을 살려 보르도의 메를로와 랑그독의 그르나슈를 블랜딩했다. 와인에 사용되는 메를로는 포도나무 평균 수령이 약 15년 정도 되는 보르도산을 사용하며 그르나슈의 포도나무 평균수령은 약 30년 정도로 품질을 높이기 위해 1ha당 약 35hl(약 4670병 정도)만 생산한다. 농익은 검은 과일향과 달콤한 초콜렛향이 어우러졌으며 부드러운 질감의 탄닌감은 마지막 목 넘김 순간까지 감미롭게 한다.

파워풀하지만 부드럽게 잘 숙성돼 부드러운 질감과 강렬한 과일 풍미를 보여주는 배드보이는 삿포로식 양고기구이 ‘징기스칸’과 매칭하면 좋다. ‘징기스칸’은 투구모양의 무쇠 그릴에 채소와 양고기를 얹어 직화로 구워낸 후 달짝지근한 간장소스에 찍어먹는 요리로,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적고 육즙은 풍부하며 부드러운 육질을 느낄 수 있다.

▶ 뛰느방 ‘배드 보이’ ○원산지 : 프랑스 보르도

○포도 품종 : 메를로 80%, 까베르네 프랑 10%, 까베르네 소비뇽 5%, 쁘띠 베르도 5%

○알코올 도수 : 14도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