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기전자, 철강업종 피해 우려 [헤럴드경제=홍석희ㆍ배두헌 기자] “눈 위에 서리가 내린 형국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新) 보호무역주의’에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발(發)’ 변동성까지 더해진 것이다. 재계는 대미 수출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할 판이라며 비상이 걸렸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모두 96만4432대로 이전해 대비 9.5% 감소했다. 2009년 이후 매년 두자리수 속도로 빠르게 대미 무역흑자액을 늘려왔던 우리 자동차 업계 상승세에 모처럼 제동이 걸린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일 취임 직후 환태평양자유무역협정(TPP) 철회 명령서를 가장 먼저 처리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도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지며 자동차 업계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해 정체가 숨고르기가 아닌 장기 침체 사이클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가 한미FTA 혜택을 입은 대표 업종으로 수출 대수가 많은 한국이 미국보다 더 이익을 본다는 미국의 주장이 껄끄럽다는 반응이다. 이런 미국의 주장은 다시 한미FTA 수정 및 재협상론의 대표적인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멕시코에 45%와 35%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로 대표되는 ‘징벌적 국경세(border tax)’를 물리겠다고 공언한 것도 우리 자동차 업계를 조이고 있다.
1조원을 투자한 멕시코 공장을 지난해 5월부터 가동하고 있는 기아자동차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에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역시 멕시코에 모듈 공장을 설립한 현대모비스 역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또 다른 국가대표 산업인 전자업계도 비상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레이노사에 TV 및 가전제품 공장에서 제품을 조립, 완성하고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을 공략해왔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가 낮은 인건비에 나프타(NAFTA)로 무관세 수출까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가 바뀌면서 한국 기업들은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 이외에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을 만들 새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LG전자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세탁기 및 전자제품 조립을 위해 새 공장 부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지어 디스플에이와 반도체 같은 부품 사업까지도 트럼프의 영향을 걱정하는 처지다. 최근 샤프가 미국 공장 설립을 검토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미국에 새 생산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강과 기계, 화학 등 다른 업종도 예외가 아니다.
멕시코에 자동차용 아연도금 강판 공장을 운영 중인 포스코는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에 고율의 관세를 미국이 부과할 경우, 현지 주요 고객인 자동차 회사들이 위축되고, 이는 다시 포스코 멕스코 공장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인 로버트 라이시저가 과거 US스틸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향후 미국 행정부의 반덤핑, 반보조금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따라 대응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만큼 멕시코 내 고객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한편, TPP에서 미국이 전격 탈퇴한 것과 관련, 전반적으로는 한국기업에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베트남 진출 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TPP 발효 시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하면서 한국기업들이 앞다퉈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이런 잇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베트남은 최근 중국의 대안 생산기지로 떠오르며 삼성전자와 LG전자, LS전선 등 2470여개의 크고작은 우리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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