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ㆍ장필수 기자]집(국민주택채권)을 살 때나 차(지역개발채권, 도시철도채권)를 살 때 반드시 사야 하는 의무매입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자가 낮아 대다수 매입 즉시 매도할 뿐만 아니라 채권 방식이 난해해 대리인에 의한 도덕적해이도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부처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개편안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강제성채권의 총 발행액은 20조 1615억원으로 국민주택채권이(16조 1741억원)으로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지역개발채권(2조 9869억원), 도시철도채권(1조 1795억원) 순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채권을 사는 동시에 중개인이나 법무사 등을 통해 할인해 매도하는 방법을 택한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에 이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실익(국민주택채권 만기 5년, 금리 연 1.75%)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을 산 사람은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소유권 이전 등기시 부동산 시가표준액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예컨대 서울의 시가표준액 6억원 이상 아파트를 산 사람은 시가표준액의 3.1%를 국민주택채권을 사는 데 써야 한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돈이다. 정부는 이 돈은 주택도시기금으로 만들어 임대주택 지원 등 주거안정과 주거환경 개선 등에 사용한다.
문제는 서민 주택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불어난 채권 판매액 규모를 따라가지 못해, 안 쓰고 남는 돈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 1조2932억원에 불과했던 기금은 2015년 36조2500억원으로 28배 넘게 불어났다. 최근 다시 부동산 열풍이 불면서 2014년(12조 4000억원)~2015년(16조 2000억원) 발행액은 발행한도(2014년 11조 5000억원, 2016년 16조원)까지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16조 한도를 모두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쓰는 돈은 채 10%가 되지 않는다. 임대주택 지원에 쓰인 돈은 전체 주택도시기금 적립액의 8% 수준이고, 투자를 늘리겠다던 도심 주거 환경 개선에 쓰인 돈도 0.2%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강제성채권(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을 사야 한다. 의무 매입 규모는 도시철도법 시행령을 기준으로 하지만 각 지자체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서울시의 경우 자동차 등록이 늘어나면서 공채 발행 규모 또한 지난 2012년 5227억원에서 2016년 7268억원으로 폭증했다. 지난해부터 자동차 등록에 따른 공채 의무 매입을 면제한 경기도의 공채 발행 규모는 2016년 2009억원에 그쳤지만, 2015년에만 7498억원에 이르기도 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공채 의무 매입 규모는 총 4조원(지역개발채권 2조 9869억원, 도시철도채권1조 1795억원)을 넘어섰다.
강제성채권 운용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은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강제 매입과 금리가 낮아 즉시매도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2000년대 후반 내 집마련에 나서는 서민들이 늘면서 이 같은 목소리는 커졌지만 아직까지 변한 건 하나도 없다. 제대로 거래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특히 주택 구입자가 대리인으로부터 할인율 바가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개편논의는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발행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이견을 보이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토부는 국민주택채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좋아서 기금이 늘어난 것이지 경기가 항상 좋을 수는 없지 않냐”면서 “서민주거안정을 위해서는 국민주택채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채와 통합하는게 맞냐’는 기재부 내의 이견도 적지 않다”며 기재부 움직임도 경계했다.
협의해야 할 국토부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기재부의 추진 의지도 약해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올해 국민주택채권을 포함한 국공채 관리효율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연내 개편안이 나오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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