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신성장동력, 미래성장동력, 미래신(新)성장테마…’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구분하기 어렵겠지만, 여기에 지금껏 바뀐 정권을 대입하면 구분이 명쾌하다. 위 사업명칭들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가 각각 집권 초 제시한 국가 성장동력 발굴ㆍ육성계획 전략의 명칭이다.
대한민국 미래성장의 밑그림이 되는 ‘성장동력’이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더 심하게는 한두해를 넘기지 못하고 ‘리셋(Reset)’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기술 트렌드 변화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리셋’이 아니라 ‘새 술은 새 부대’라는 정치논리에 의해 성장전략 변경이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돼 오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 같은 성장동력 발굴ㆍ육성체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성장동력으로 선정된 분야가 정권이 바뀌면 찬밥신세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5년간 키워온 성장동력이 한 순간에 올스톱되며 그 동안 일궈낸 성과 역시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당시 ‘10대 차세대성장동력사업’으로 선정됐던 차세대전지사업은 이후 정부에선 자취를 감췄다. 전기차는 최근 수년사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미래로 자리잡으며 그 핵심인 배터리 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전기차배터리 경쟁력은 국가적 지원을 받는 중국, 일본에 추월당하거나 뒤쳐질 위기에 놓였다.
이명박 정부의 ‘신성장동력’ 사업에 포함됐던 MICEㆍ관광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7차례나 바뀐 정권차원의 ‘성장동력’ 선정에서 MICEㆍ관광 분야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마이스 산업 발전방안’을 내놨지만, 정권차원의 육성의지에는 크게 못미쳤다.
수시로 바뀌는 ‘성장동력’ 발굴의 문제는 또 있다. 매 정권에서 발표될 때마다 바뀌는 명칭은 둘째치고 이전에 추진되던 성장동력의 연계없이 매번 원점 재발굴되는 데 따른 연속성의 상실이다. 로봇,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산업은 노무현 정부부터 현재까지 수립된 ‘성장동력’에 공통적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명칭이 바뀌고, 이전 정부의 성과ㆍ개선방안 등 피드백의 맥이 끊기며 매번 스타트라인에서 재출발하는 시간ㆍ자원의 낭비를 거듭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 집권기간이던 2009년, ‘미국혁신전략(SAI)’을 발표하며 신성장동력의 틀이 잡혔다. 그리고 트럼프 신정부 역시 미세조정을 거쳐 ‘미국혁신전략’의 맥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전문가들은 정권 초반에 성장동력이 한 차례 발굴된 후에는 최소한 그 정권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추진되도록 그 선정 주기를 5년으로 고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성장동력 관련 조직과 절차, 선정 주기, 재선정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보완돼야 한다도 조언했다.
권성훈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5년마다 재선정 시기가 오더라도 기존에 선정된 성장동력을 전면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추진 성과, 향후 전망, 정부 개입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부 성장동력만 변경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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