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바리스타 김요한 씨의 커피인생 -영사기사ㆍ사업가 대신 커피 택해 -커피를 통해 희망 찾고 소통의 삶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한 잔 커피에 담긴 위로의 양은 평등하지만, 그걸 마시는 사람들의 상처는 결코 똑같지 않지”
허영만 화백의 ‘커피한잔할까요’ 만화에 등장하는 대사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을 때도, 사뭇 진지한 고백을 하고 싶을 때도 우리의 첫마디는 ‘커피 한잔 할까’부터 시작한다.
이처럼 커피가 준 위로를 통해 전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이가 있다. 올해 서른 넷의 홈바리스타 김요한 씨다.
▶커피, 삶의 묘약=그의 직업은 얼마 전까지 영사기사였다. ‘시네마천국’의 알프레도 처럼 극장에서 영화를 틀어주는 일 말이다.
“7년전, 큰 사고를 당했어요. 후유증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절망했었죠. 당시 아동복 사업을 하던 중이었는데 이것도 결국 망해서 우울증까지 앓게 됐어요.”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처방전’을 지어준 건 아내였다. 커피를 즐겼던 그에게 이참에 커피를 한번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운 곳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동네 작은 카페였어요. ‘카페모이’라는 곳에서 초급반을 시작으로 커피클래스에 입문했죠. 한 달에 4번씩 커피에 대해 배우고 직접 커피를 내리면서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아 갔어요.”
드라마틱한 변화같은 건 없었지만 남다른 감각을 발견했다. 예민한 커피 맛을 기가 막히게 감별해 내는 재주였다. 김 씨는 아예 직접 원두를 사서 실컷 연습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홈카페족이 모이는 ‘홈바리스타클럽’에 가입해 동호회 활동도 시작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며 삶의 활력을 찾아갔다. 다 커피 덕분이었다. 2012년 5월에는 운영자로서 새 카페주인 바통을 이어 받아 지금은 2만2000여명 회원을 이끌고 커피지식을 나누고 커피용품 공구를 하며 홈카페족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 씨는 보급형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다가 5년 전 200여만원을 주고 ‘베제라 줄리아’(BEZZERA GIULIA)를 들여놨다.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으로는 하이엔드급에 가깝다. 몇차례 연습으로 감을 익히면 커피전문점에서 처럼 캐러멜 같이 쫀득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다.
원두를 볶는 로스터기는 가정이나 소형 로스터리샵에서 사용이 가능한 국내 브랜드 ‘이지스터 로스터’(Easyster Roaster) 800을 사용한다. 한 번에 100g~800g까지 로스팅이 가능하다. 그는 이 로스터로 생두를 사다 집에서 직접 볶는다. 그리고 눈뜨자마자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는 가족과 이웃과의 연결고리도 더 단단하게 해줬다. 페트병으로 더치커피 추출기를 만들어 아내와 처제, 어머니에게 더치커피를 선물했다. 그 어떤 핸드메이드 작품보다 센스있는 선물이었다.
얼마 전에는 이사온 아래층 집에 직접 볶은 원두와 콜드브루 커피를 나누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간혹 11살, 10살 난 두 개구쟁이 아들이 ‘우당탕탕’ 거려도 너그럽게 이해해준다.
절에서 스님과 커피를 두고 속깊은 대화도 나눈다. 스님과 커피라니? 언뜻 수행과 쾌락, 산중과 문명처럼 상반된 느낌이 나지만 놀랍게도 커피를 내리시는 스님은 프랑스 스타 요리사도 한 수 배워 간다는 ‘사찰음식 대가’ 감은사 주지 우관 스님(53)이다. 두 사람은 우연히 로스팅 공방에서 만나 인연이 됐다.
김 씨는 친한 바리스타들과 함께 5년 전부터 우관 스님이 계신 감은사에서 커피 봉사도 진행한다. 매년 감은사 사찰음식 행사에서 이들이 내린 커피를 불자들과 나누며 잠시 속세의 고단함을 잊는다.
▶홈카페족 입문을 원하는 이들에게=산지와 풍미를 따져 커피를 즐기려면 에스프레소 머신이 필수다. 초기 구매 비용만 들이면, 커피전문점의 하루 4000~5000원 커피값을 크게 아낄 수도 있다.
김 씨는 커피를 내리는 머신과 원두를 갈아내는 그라인더의 수준이 맞아야 맛있는 커피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김씨가 추천하는 ‘케미’ 좋은 홈바리스타 입문용 머신은 무엇일까.
그는 먼저 부담없는 가격대로 ‘wpm kd130’ 머신과 ‘wpm zd17’ 그라인더(각각 30만원대)를 추천했다. ‘wpm kd130’는 가성비 좋은 머신으로 뛰어난 추출 퀄리티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상업용커피머신 파츠와 호환이 가능하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100만원 중반대의 ‘엘로치오 마누스’(El rocio Manus) 머신과 60만원대의 그라인더 ‘바라짜 바리오’(Baratza VARIO) 조합이 괜찮다. 엘로치오 마누스는 e61그룹헤드와 열교환식 커피머신으로 안정적인 에스프레소 추출과 파워풀한 스팀으로 라떼아트를 연습하려는 홈바리스타에게 제격이다.
수준급 커피전문가가 된 그에게 즐겨찾는 카페도 물었다. 용인 ‘알렉스더커피’, 국가대표 로스터 출신 대표가 운영하는 분당 ‘180커피로스터스’, 한결같이 밸런스 좋은 커피를 내놓는 대전 ‘톨드어스토리’, 카페족의 방앗간으로 통하는 용인 ‘플라츠로스팅코’ 등을 꼽는다.
‘커피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더니 주저없이 ‘힐링’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낡은 단어 같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보니 커피는 진한 각성, 짧은 여유를 넘어 세상과 이어준 진짜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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