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체 관광객 의존도 90% 이상 -금지조치 본격 발효땐 영업 불가 -“정부, 직접 나서 진화를” 호소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이 우리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에 배치에 반발해 중국 여행객의 한국행 단체여행을 금지하면서 국내 관광업계와 면세점에 국제정치 발 쇼크가 몰아닥치고 있다. 롯데면세점 등 대기업 면세점은 중국인 단체 여행객의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이 미미한 편이지만 이들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시내 사후 면세점은 당장 다음주 께 부터 폐점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 3일 여행사 20여 곳에 오는 15일부터 한국행 단체 관광상품과 자유 여행 상품을 전면 금지하라는 내용의 7개 지침을 하달했다. 지침에는 정부 조치를 무시할 경우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경고 문구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4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 명동 롯데면세점 본점은 아직까지는 차분한 표정이다. 중국인에게 인지도가 높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 앞에는 20~30명 가량의 중국인 관광객이 여전히 줄을 서 있었다. 젊은 층에게 인기있는 선글라스 브랜드 매장에도 줄을 길게 선 중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곳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귀띔했다. 중국 선전에서 사업을 하며 이곳 면세점을 한달에 한번 찾는다는 임영선(60)씨는 “예전에는 매장 골목을 지나다니지 못할 만큼 붐볐는데 2월 들면서 확 줄었다”며 “1월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10층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김모(22)씨는 “원래 아침 오픈 전에 면세점 1층에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개점을 기다리곤 했는데 요즘은 본 적이 없다”며 “최소한 4분의 1 정도 줄었다”고 했다. 한 가방 매장의 직원 송모(48) 씨는 “예전에는 크루즈를 타고 온 손님이 많았는데 이제는 아예 없다”고 했다. 이곳 매장은 지난 12월에 중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그만뒀지만 이후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인근 관광지에 들른 개인 여행객이 국내에서 가장 싸고 구색을 잘 갖춘 이곳 롯데면세점 본점으로 모여드는 데다 대량으로 물건을 떼어 중국 현지에서 되파는 보따리 상들이 개인 여행객과 짝을 지어 이곳을 찾기 때문. 한 화장품 매장의 김혜화(41) 씨는 “장사하러 오시는 분들이 절반은 된다”며 “이들은 그래도 자기 이익이 걸려있으니 정치적 문제와 관계 없이 계속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제는 외곽지역에 위치한 사후면세점들이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참앤참’ 사후 면세점은 패닉에 빠져 있었다. 아직 여행 금지 통보가 실행되기 전이라 중국인들 손님의 숫자는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주차장에 세워진 6대 버스에서는 10~20명의 중국인들이 내려 들어갈 차례를 기다렸고 화장품 매장이 집중 배치된 2층에는 직접 화장품을 발라보는 중국인 여행객들이 붐볐다.

그러나 이들을 맞는 직원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당장 15일 이후 영업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의 관리를 맡고 있는 유신복 팀장은 “이게 마지막 피크고 일주일 지나면 텅텅 빌 것“이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15~16일을 전후해 손님일 뚝 끊길 것이라는게 유 팀장의 판단. 그는 “중국인 관광객이 80~90%이고 이들 중 대부분이 여행사와 계약을 맺고 유치한 단체 관광객이라 이번 결정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면세점 자체를 운영하는 데 위기 상황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매일 70~80대, 많으면 100대의 관광버스를 탄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이미 중국에서 20% 가량 여행객을 줄인 상황이다

사후면세점의 경우 명동 등 일반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주택가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 개인 여행객을 대신 유치하기도 어렵고 품목도 화장품 등 중국 관광객이 선호하는 일부 품목에 집중돼 있다. 중국 단체여행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 조치로 입는 피해도 큰 셈. 유 팀장은 “그나마 지금까지는 근근이 버텼지만 중국 정부의 여행 금지 조치가 본격화 되면 더이상은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미 사후면세점 업계는 협력업체 직원들과 중국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들을 중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유 팀장은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해야 하는데 대책없이 정책을 펴서 피해를 고스란히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며 “지금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불붙기 시작한 것을 초기에 진화하지 않으면 여행업 뿐 아니라 동대문 의류 시장 등 다른 분야로 여파가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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