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잘 되는 건 립스틱이랑 액세서리 정도에요.”

최근 만난 뷰티ㆍ패션업계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 속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쇼크까지 겹쳐 불황의 조짐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 경제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립스틱 매출은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 불렀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이 적은 사치품 소비는 ‘자기 형편에 맞춘 작은 사치’로 불황기를 극복하는 합리적 소비패턴이다. 최근 ‘완판됐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도 바로 ‘립스틱 효과’ 때문이다. 여기에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까지 더해졌다.

불황에 뜨는 립스틱이 보습력과 발색력이 더해진 컬러 립밤이나 립 틴트 등으로 탄생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키엘의 ‘레몬버터 컬러 립밤’은 출시 한달 만에 품절됐다. 보습력과 함께 얼굴을 환해 보이게 해 립스틱 대용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어필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말린장미 컬러의 ‘바이플라워 트리플 무스 틴트 브릭레드무스’는 여전히 하루 평균 3000개가 팔린다. 말린장미 컬러는 청순하면서도 섹시해보이게 하는 매력을 지닌데다 매일 쓰거나 특별한 날에 써도 좋아 1석2조 아이템으로 통한다.

패션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고가의 옷을 사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액세서리는 적은 비용으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다.

1월 말 질스튜어트액세서리에서 내놓은 ‘쁘띠다이어몬드-밤비라인’은 초도 물량 1500개가 완판된 데 이어 최근까지 3000개가 팔려 나갔다. 천연가죽에 디즈니의 인기캐릭터 밤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클러치와 반지갑, 카드홀더, 스마트폰케이스는 5만~17만원대로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이다.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에 어릴 적 추억을 자극하는 ‘키덜트’가 더해진 결과다.

‘작은 사치’ 트렌드는 슈즈, 핸드백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정장과 캐주얼한 의상에 모두 잘 어울리는 금강제화의 첼시부츠는 지난해 전년 대비 3배나 많이 팔렸다. 첼시부츠는 여름만 빼면 봄, 가을, 겨울까지 착용이 가능하다. 또 스트랩만 교체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브루노말리 ‘레트로 L 핸드백’은 지난해 8월 출시 후 5개월 만에 4000여개가 팔렸다.

경기불황이 짙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은 한층 깐깐해지고 있다. 립스틱 효과가 점점 뚜렷해지면서 가성비까지 더해진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이유다.

갈수록 삶이 고단하고 팍팍해지고 있는 것은 슬픈 현실이지만, 질좋은 제품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다는 점에서는 또 한편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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