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자금정책 사각지대 여전 은행창구서 상품내용조차 몰라 대체서비스 이용안내도 없어 은행 ‘위험 적어 일단 팔자’식
직장인 김모(35) 씨는 최근 경기도에서 새 전셋집을 구해 은행에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불과 500만원 차이. 그는 깡통전세를 우려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들려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찾았지만, 가입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은행에서 받은 대출이 HUG가 아닌 주택금융공사에서 진행한 상품이라는 이유였다.
은행의 불완전 판매로 정보에 취약한 임차인들이 애먼 피해를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은행이 버팀목 대출 안내를 자세하게 해야 하지만, 은행원의 숙지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서 “세부 매뉴얼을 은행에 배포하고, 상황에 따라 조정을 권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주거자금 지원 정책에 사각지대가 여전함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HUG가 서민에게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이 가능하다. 전세금반환보증제도는 현재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SGI서울보증의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 등 두 가지 상품이 있다.
그런데 보증의 원천이 주택도시기금으로 같음에도 일부의 중복 가입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은행에서 주택금융공사를 통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가입하면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없다. 박 씨와 같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전세금을 보전하기 위해 HUG의 보증제도를 이용하려면 대출 상품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은행원의 교육 부족이다. 실제 시중은행에 문의한 결과 상담원은 자격과 소득에 따라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추천했다. 주택금융공사나 HUG 등 출처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유무를 따지니 HUG의 ‘전세금안심대출보증’으로 전환하라는 답을 들었다. 안되는 보증을 추천한 셈이다. 보증률 차이(80%ㆍ100%)에 대한 사전 안내는 들을 수 없었다. SGI서울보증 상품을 이용하라는 조언도 없었다. 은행에서 버팀목대출을 받은 경우 SGI서울보증의 보증상품에 가입할 수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복잡하다. 상세한 안내가 필요한 셈이다.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대출금과 전세금 합산액이 주택 가격의 100%를 넘지 않고, 전세 기간 2년 중 12개월 이상을 남겨야만 가입할 수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집주인이 보험 가입을 거부하면 가입할 수 없다는 점도 과제다. 임차인의 동의 없이 가입할 수 있지만, 집주인에게 통보하는 절차는 거쳐야 한다.
결국 정부가 깡통전세로 인한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를 줄이고자 활성화를 추진 중인 제도는 누군가에겐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은행에서 잘못 추천한 버팀목 대출을 집주인의 통장에 입금한 뒤에는 수습조차 어렵다.
주거자금 지원을 감독하는 국토부의 고심도 깊다. 각종 상품의 보증료 인하와 한도 확대 등 서민 주택구입ㆍ전월세자금 지원의 폭을 넓히고 있지만, 정책의 효과가 더딘 까닭이다. 일선에서 상담하는 시중은행 창구직원에 대한 교육도 난맥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세무팀장은 “임대주택은 물론 주거자금 지원의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라며 “차기 정권에서 일부는 명칭이 바뀌거나 유지되겠지만, 정책적으로 조율해서 합리적으로 서민들이 제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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