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탄핵 주요 인물 언급시 ’여성‘ 강조도 ’성차별적‘ 인식 내재”
[헤럴드경제=신동윤ㆍ박로명 기자]공공기관에 다니는 직장인 곽모(27ㆍ여)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같은 회사 여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걱정과 불쾌함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각각 과장과 대리 직급인 두 선배들이 “여성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여성들이 손해를 볼까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듣고 난 후 곽 씨에게 찾아온 감정입니다. 곽 씨를 포함한 여선배 모두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문제로 기인한 탄핵이란 점엔 동의했지만, 여전히 여성 차별적인 시선이 존재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 리더’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다시금 강화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입니다. 곽 씨는 “이미 한국 사회에선 많은 여성들이 사회 내에서 각자 인정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내면 깊은 곳에서 ‘혹시나’라는 걱정이 떠오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니 마음이 불편하다”고 본지 기자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이 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여성들만의 몫은 아닙니다. 3년전 회사에서 퇴직한 서울 도봉구 주민 김모(62) 씨는 최근 친구와 다소 얼굴을 붉혔습니다. 해당 친구가 박 전 대통령의 실패를 두고 “결혼 안한 여성이라 책임감이 떨어져 (국정 농단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말 한 것에 불편함을 느낀 김 씨가 발언이 ‘성차별적’이라며 문제를 지적했고, 이에 친구가 “이런 솔직한 말도 못하면 무슨 친구냐”며 반발해 말다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방조하고, 적극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 사건은 최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빠지지 않고 오르내리는 단골 ‘안주거리’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평소 속 깊은 곳에 잠재돼 나타나지 않았던 ‘성차별적’인 의식이 대화로 자연스럽게 전환돼 흘러나오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이 같은 논란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바로 ‘여성 대통령이 이상한 여성에게 홀려 나라를 망친 것을 여성 당대표가 탄핵을 주도하고 여성 재판관이 마무리 지어 그나마 살려 놓았다’는 말입니다. 언뜻 들으면 사회 주요 위치에 여성들이 자리잡고 국면을 주도했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말 속에 ‘성차별’적인 의식이 내재됐다고 말합니다. 이번 일의 주요 변곡점에 ‘여성’들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에 벌써 성차별적 인식이 잠재돼 있다는 지적입니다. ‘남성’ 대통령ㆍ재판관ㆍ당대표라고 강조하지 않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말이죠.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도중에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여성’임을 강조하는 등 여혐 감정을 조장하는 행위를 일삼아 비판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이번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이 아닌 ‘대통령’이 국정에 실패했고, 이를 국민들이 단죄했다는 시선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선입니다. 구성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여성이기에 탄핵된 것이 아니라 원칙과 법에 따르지 않은 국정운영과 부정부패 방조로 인해 탄핵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이 ‘여혐’을 주장하는 비이성적인 사람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며 남성 전체에 대한 혐오를 말하지 않는 것은 바로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인 문제를 여성 전체의 문제로 환원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여성의 존재가 사회내에서 얼마나 부차적이고 차별받는 것이 당연한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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