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우리나라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취득한 뒤 소각하는 비중이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가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기존 지배주주의 경영권 보호에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7일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등이 한국증권학회지에 발표한 ‘한국 기업의 자사주 처분 및 소각에 관한 실증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모든 제조기업이 12년 간(2004∼2015년) 시행한 자사주의 취득·처분·소각 활동 가운데 소각은 174건으로 집계됐다.
12년간 연간 상장사 수를 더한 7428개 중 소각 활동을 한 기업 수의 비중을 계산한 소각 활동 비중은 평균 2.3%에 불과했다.
이는 자사주의 취득(1904건, 25.6%)과 처분(1460건, 19.7%)에 비해 현저히 낮은 비율이다.
김우진 교수는 “자사주 취득과 처분에 비해 소각 활동이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는 것은 자사주 취득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간에 기업들이 소각한 자사주는 이 회사 전체 상장주식 수의 평균 5.6%(750억원)였다. 이는 기업들이 취득한 자사주가 전체 상장주식 수의 2.6%(339억원), 처분한 자사주가 상장주식 수의 3.2%(332억원)였던데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런 결과는 국내 상장사들의 소각 건수는 적지만, 일단 소각을 하기로 한 경우그 규모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평균적으로 기업들은 취득한 주식의 절반가량을 처분하고 3분의 1은 연말까지 보유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또 기업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취득한 자사주를 보유하기보다는 처분하는 경향이 강했고 지배구조(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점수)가 좋거나 배당을 많이 하거나 이사회의 평가가 좋을수록 자사주 소각을 많이 했다.
상장주식 수 대비 처분 주식 수가 10% 이상인 대규모 처분건의 경우 지배구조가 낙후될수록, 특히 감사기구가 적절히 작동하지 않을수록 자사주를 처분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이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에서는 자사주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반면, 지배구조가 좋지 않을수록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규모의 자사주 처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결과가 자사주의 제3자 매각 시에도 신주발행과 유사한 주주평등의 원칙을 적용하도록 하는 상법개정안에 실증적인 타당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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