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빵에 바르거나 식용유를 대신해 굽거나 볶는 데 쓰면 더욱 고소한 풍미를 내는 버터. 지금이야 동물성 버터가 값싼 식물성 마가린 보다 더 대접받지만 이런 역사는 얼마되지 않는다. 불과 30~40년 전만해도 마가린의 인기는 버터의 세배 이상이었다.

미국인이 좋아하는 두 스프레드(빵에 바르는 식품)가 100년 이상 벌이고 있는 전쟁은 문화 규범, 영양학, 기업 마케팅의 전쟁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지난 100여년 동안 버터와 마가린이 식탁의 우위를 뺏고 빼앗긴 역사는 드라마틱하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1911년 미국인의 평균 버터 섭취량은 1인당 19파운드였다. 역대 최고치다. 마가린 섭취량은 1인당 1파운드가 고작이었다. 역대 최저치다. 당시 버터 업계는 대체재인 마가린이 확산되지 못하도록 막았다. 많은 주에서 식용 염료 규제를 둬, 상점에선 하얀색 마가린과 노란색 염료를 같이 팔았다.

2차 세계대전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전쟁 기간 동안에 공급이 달렸던 버터의 자리를 값싼 마가린이 서서히 대체하더니 1957년에 마침내 두 식품의 연간 섭취량 곡선 위에 ‘골든크로스’가 발생했다. 섭취량이 나란히 1인당 8.5파운드로 같았다가 이 해를 넘기면서 마가린이 버터를 제쳤다. 마가린의 영양학적 장점을 홍보한 마가린 업계의 반격이 성공한 것이다.

그로부터 50년간은 마가린의 시대였다. 1976년 미국의 마가린 사랑은 ‘연간 1인당 12파운드’ 섭취로 정점을 찍었다. 이는 버터 소비량의 거의 세배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어땠을까. 포화지방과 심장질환의 연계성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마가린은 트랜스지방 덩어리라는 오명을 썼다. 자연식 바람이 미국인 식탁에 불면서 식물성 기름을 가공해 만드는 마가린은 몇해전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틈을 타고 버터는 화려하게 컴백해 50년만에 스프레드 1인자 자리를 되찾았다. 버터 섭취량은 역대 최저인 1997년 이후 21% 이상 늘어난 반면 마가린 섭취는 1970년대 중반 정점에서 70% 가량 줄어 들었다.

그렇다해도 버터 섭취는 1972년 이래 30년째 줄곧 1인당 평균 5파운드 안팎 수준이다. 마가린 섭취는 2000년대 중반들어 5파운드 선을 밑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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