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미래 핵심 생존 키워드로 부상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한국이 창조경제 등 소모적인 ‘개념논쟁’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차원적인 기술이 융합되며 기하급수적으로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개념에만 매몰된 탓에 제대로 된 4차 산업혁명 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4차 산업혁명 특성에 맞게 규제 정책 또한 획기적으로 바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출시를 최대한 허용하고 필요 시에만 규제하는 열린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오후에 열린 2세션 연사인 유병규 산업연구원 원장은 “지식경제, 녹색혁명, 창조경제 등 정부정책이 과도한 개념논쟁에 시간을 허비해 정책추진 실효성이 낮아졌다”며 “개념 논쟁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정착시켜야 4차 산업혁명 전략의 올바른 방향이 마련된다”고 밝혔다.
유 원장은 이를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한국형 접근법’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웠다. 창조경제 등 용어 중심의 정책보다는 당장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과학 기술 혁신의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정책이 우선 일자리를 증대할 수 있는 방안과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신산업이 안착하기까지 기존 성숙산업에서 발생할 노동 수급불일치에 대비해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며 “이와 동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조정, 시간선택제 근무 확대, 직무성과급제 기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4차 산업혁명이 바꿀 새로운 작업환경에 맞게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키울 신사업 중점 분야로 유 원장은 융합활성화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기본 방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과학기술ㆍICT 융합이다. 글로벌 사례로 엔진과 터빈 제조에서 나아가 이를 유지관리 및 컨설팅 서비스로 확장한 GE, 금융ㆍ바이오ㆍ홈오토메이션으로 지식정보유통을 확대한 구글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2세션 연사 서동원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기업이 신기술 개발에 성공해도 불합리한 규제가 신기술 제품의 시장 진입을 가로 막는다면, 신기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라며 “정부는 4차 산업혁명 활성화를 위해 선제적 규제정비와 유연한 규제시스템을 구축해 규제지체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신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재설계해야 할 규제 개선 분야로 ‘원칙허용-예외금지’(네거티브 리스트)를 꼽았다.
서 위원장은 “2013년 기업활동 규제 법규 1845건을 전수조사해 겨우 18건의 개선과제를 발굴했고, 작년에는 전체 법령 4300여건 전수조사 결과 9건을 발굴하는 데 그치는 등 네거티브 규제 전환 성과가 저조했다”며 “신산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전허용-사후규제’ 중심의 보다 넓은 차원의 네거티브 규제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출시를 먼저 허용하고 필요 시 규제하는 체계다. 이에 규제개혁위원회는 실제 사전허용-사후규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나아가 신산업별 생애주기에 기반해 ▷기존 규제혁신 ▷신규 규제 마련 ▷제도 보완방향 등을 사전에 제시하는 미래지향적 규제지도((Futuristic Regulatory Map)도 준비 중이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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