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상표권 사용 수정안(0.5%, 12년 6개월) 제시 -명분 좁아진 박 회장, 셋 중 하나 선택할 듯 -수용 불가피 전망 속 새로운 기회 모색 가능성도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코너에 몰렸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 회장 측이 제시한 상표권 사용 조건의 상당 부분을 수용한 수정안을 내놓으며 이를 거부할 명분을 크게 줄여놨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수정안은 ‘사용요율 매출액의 0.5%, 사용기간 12년6개월’을 골자로 한다. 채권단은 이를 거부할 경우 ‘매각 방해’ 행위로 판단,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박탈에 이어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까지 묻겠다는 입장이다.
지금 상황에서 박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셋 중 하나로 보인다. 채권단의 수정안을 수용하거나 거부하거나 또는 답변을 늦추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방법이 있다.
수정안을 수용하게 되면 금호타이어의 매각은 사실상 박 회장의 손을 떠나게 된다. 물론 상표권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방산 사업체 해외 매각과 관련한 정부의 승인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박 회장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또 상표권 사용에 합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 대응도 어렵게 된다. 금호산업 이사회의 결정을 이유로 ‘조건부 수용안’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채권단이 크게 양보한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거부’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고 수정안을 전면 거부할 경우에는 박 회장으로서는 보다 복합적인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 사용기간을 이유로 한 수정안 거부 자체를 ‘매각 방해 행위’로 이해하는 채권단은 이를 바탕으로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박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또 금호타이어의 부진한 경영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경영진 교체 카드도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금호타이어 차입금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할 경우 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박 회장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채권단이 수정안을 제시하며 답변 기한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호산업 이사회에서 논의 시간을 길게 가져갈 수도 있지만, 명분없는 시간 끌기로 비춰질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채권단이 오는 9월 23일까지 매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재입찰을 하게 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부활하게 된다.
결국 박 회장으로서는 채권단의 수정안에 대해 멀지 않은 시점에 금호산업 이사회를 열고 답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채권단의 수정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채권단에서 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방법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사용을 거부할 명분이나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로 두 달 전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채권단이 최후통첩을 했을 때에도 박 회장은 전면 대응보다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18일 박 회장 측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을 하루 앞두고 “여러가지 검토했지만, 금융권을 상대로 한 소송은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채권단의 입장을 수용했다. 재무상태가 좋지 못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서는 채권단을 상대로 법적인 다툼을 벌이는 것이 전체 그룹의 경영활동과 미래발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인수전 2라운드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상표권 사용 허용 여부와 관련해서도 열악한 재무상태가 박 회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인수전 1라운드에서도 우선매수권 행사 포기를 알리면서 “재입찰 등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아 금호타이어 경쟁력이 훼손으로 이어질 경우 법적 소송에 나서겠다”고 법적 대응 시점을 매각 이후로 미룬 바 있다. 2라운드 역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최후통첩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상표권 협상 이후 대안 모색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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