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돌연 법정출석 배경 의혹 변호인 “새벽에 정씨 데려간 정황” 檢 “정씨 요청에 도움준 것” 해명
재판부, 안종범 수첩 간접증거로 특검팀 핵심물증 빛바래자 위기감 “무리한 反재벌정서 부각” 비판도 내달 2일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 대한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재판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증거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재판에 여론과 반(反)재벌정서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결정적 증거로 지목됐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메모가 간접증거로 전락하고, 주요 증인들의 진술이 법정에서 번복되면서 수세에 몰린 박영수 특별검사 수사팀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 12일 변호인에게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채 법정에 출석해 증언을 한 데 대한 논란이 가증되고 있다. 정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지난 11일 불출석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정씨는 12일 이전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돌연 법정에 출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경재 변호사는 “정유라의 법정 증언은 존중돼야 하지만 신체적ㆍ정신적 피폐 상태와 3차 영장청구 위협이 중첩된 상황에서 행해진 진술”이라며 “이날 증언은 특정인들의 압박과 회유 등으로 오염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변호인단은 정씨의 집 근처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특검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새벽에 정씨를 데려간 정황을 확인한 상태다.
정씨 변호인단은 “20대 초반에 불과한 여성인 정씨를 혼자 새벽에 불러낸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며 “정씨가 검찰 수사를 받는 점을 특검이 활용해 유리하게 증언해달라고 회유하거나 압박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정씨의 증인 출석을 사전에 알고 있으면서도 재판부에 재판 시작 30분 전에서야 알린 점 또한 변호인의 접견권을 제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새벽에 정씨 집을 찾아가 출석을 설득한 것이 아니고 정씨의 요청에 따라 출석에 도움을 줬다고 반박했다.
정씨의 이날 출석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전 부회장에 대한 심리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특검이 결정적 한방을 확보하지 못하자 결국 주의 환기를 위한 여론전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특검은 재판을 앞두고 “세계적으로 관심을 두게 될 ‘세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증거는 차고 넘찬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증인들의 계속되는 증언 번복으로 수세에 몰린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특검이 수세에 몰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직접증거로 채택되지 않으면서다. 특검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 자리에서 이 전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 삼성 현안을 청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두 사람의 독대 당시 ‘대통령 말씀 자료’를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이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실제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물증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근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 과정에서 대화한 내용을 밝힐 수 있는 증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대화 내용의 진정성과 관계없이 ‘수첩이 존재하고, 관련 내용이 적혀있다’는 간접적인 정황증거로써만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이 ‘부정한 청탁의 경우 명시적인 의사 표시에 따른 것은 물론 묵시적 의사 표시에 의해서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점에 미뤄 이번 뇌물 공여 사건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간접증거에 대한 판단에는 재판에 대한 세간의 여론과 정서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인 셈이어서 특검이 막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무리한 주의 환기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순식 기자/sun@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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