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베를린 구상’과 ‘운전석론’으로 요약된다. 한국이 운전석에 앉아 북핵문제를 포함,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이뤄내겠다는 게 골자다.
두 핵심 과제인 북핵문제, 남북대화 모두 총체적 난국이다. 북한은 소형핵탄두 개발에 이어 미국 괌 포위사격 의사까지 공개 거론하고 나섰고, 새 정부의 대화ㆍ화해 제스처엔 아예 가타부타 반응조차 내놓지 않았다. 운전석엔 앉았는데 정작 승객이 보이질 않는 꼴이다. 예측ㆍ통제키 어려운 북한을 상대로 메아리만 울리는 ‘운전석론’, 고조되는 한반도 긴장 속에 멀어지고 있는 ‘베를린 구상’이 새 정부 앞에 놓인 냉정한 현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미국ㆍ독일 순방 일정 등을 통해 새 정부 대북정책 구상을 선보였다. 문 대통령은 미 순방에서 “남북관계에서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 나가겠다”며 ‘운전석론’을 꺼냈다. 한국 주도로 대화국면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독일 순방에선 북핵문제를 포함, 대북정책 전반을 다룬 ‘베를린 구상’이 나왔다. ▷한반도 평화추구 ▷북한 체제 안정 보장의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남북한 경제협력 ▷남북 교류 확대 등이 거론됐다.
이 같은 대북정책 구상이 발표된 후 한 달 가량 흘렀다. 이 기간 한반도 기류는 하루가 달리 급변하고 있다. 상황은 ‘역주행’에 가깝다. 이 기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를 2차례 강행했고,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고 핵무기 개발이 완료단계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미국 괌을 지목, 10일에는 아예 “8월 중순께 포위사격에 나서겠다”며 시기까지 못 박았다. 미국도 만만치 않다. ‘예방전쟁’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라는 유례없이 강경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는 ‘전쟁 불가’란 입장을 내놓는 것 외엔 별다른 대응이 없다. 낄 틈도 없는 게 현실이다. 북한은 미국만 상대하려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 도발 이후 “우리의 독자제재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구체적인 제재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도 기존 국제사회의 제재 외에 추가로 내놓을 우리만의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기류가 읽힌다. 대화는 거부당하고 제재는 활용할 카드가 없는, ‘가속페달’도 ‘감속페달’도 모두 묶인 운전석에 앉아 있는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핵문제와 관련, “상황은 악화된다고 본다”면서도 “큰 위기는 조만간 넘길 수 있으리라 희망적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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