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 저소득층 무상복지 확대 베네수엘라, 빈곤층 82%까지 늘어

최저임금 인상·의료서비스 도입 등 그리스 무차별 재원확대로 ‘빚더미’ 전문가 “미래 위해 속도조절 필요”

지난 2006년 한국 의료계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유행병도 없었는데 병원에 입원하는 6세 미만 아동이 40%나 급증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대신 지급한 6세 미만 아동 입원비가 4000억원에 육박했다. 보건복지부가 6세 미만 아동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을 진료비의 20%에서 0%로 전액 면제해준 탓에 “공짜니 입원시키고 보자”며 소동이 벌어졌던 것이다. 복지부는 도덕적 해이와 재정낭비 문제로 결국 2년만에 아동입원 본인부담금을 0%에서 10%로 올렸다.

그랬던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내놨다. 5년간 30조6000억원이 소요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당장 12조원, 2050년에는 48조6000억원을 국가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 국가치매책임제 소요 재원은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은데도 30조원이 넘는다. 여기에는 15세 이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을 5%로 다시 낮추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 들어있다. 당장 SNS에선 “병원이나 가볼까”라는 반응이 잇따른다. 과도한 보장성 확대는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부추기고 이는 결국 미래세대에 ‘보험료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 준수라는 명분과 높은 지지율에 기대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아동수당, 복지급여 확대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복지 확대에 동시다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제는 정부·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냐 여부다. 무리한 ‘복지속도’는 결국 민간의 경쟁력을 잠식해 국가 경제·사회 기반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재정의 힘으로 성장과 분배를 함께 떠받치려는 무리수를 뒀던 그리스, 베네수엘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베네수엘라와 그리스는 저소득층의 수입을 재정으로 보전해주다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재정 위기를 맞았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판 돈으로 저소득층에게 무상복지를 하다 국민이 나라 밖으로 대탈출을 시도하는 신세가 됐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은 적극적인 빈자 지원 정책으로 절대빈곤율을 1998년 49%에서 2012년 25%까지 끌어내렸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며 이미 만들어놓은 무상복지를 지탱할 수 없게 되자 재정은 바닥나고 빈곤층은 82%까지 불어났다.

그리스의 경우 1981년 사회당 집권시기부터 1993년 신민당까지 최저임금 40% 인상, 연금 지급확대, 국가의료서비스제도 도입, 저임금노동자 연금법 도입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 그리스 경제는 포퓰리즘 시기 이전 연평균 4.2%(1971~1980년)에서 포퓰리즘시기 2.2%(1981~2004년), 이후 -0.02%(2005~2015년)로 악화됐다.

정부의 복지확대에 따른 미래 재정 부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시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에서 열린 ‘치매,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어르신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복지확대에 따른 미래 재정 부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시 국민건강보험 서울요양원에서 열린 ‘치매,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어르신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가 주먹구구식 재원 추계를 근거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유나 환율 효과로 인한 경제적 부에 취해 연금·의료 분야에서 과잉복지 정책을 남발하다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은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현재 젊은 세대가 활약할 2030~2040년 사이에 그리스 등 몰락한 국가들과 비슷한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사실상 새 정부는 세금으로 걷은 것보다 더 많이 재정 지출을 하겠다는 ‘적자 재정’ 원칙을 이미 선언한 상태다. 돈이 모자라면 증세를 하든지, 국채 발행을 통해 빚을 내든지 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복지 분야는 한번 주기 시작하면 다시 되돌리기가 어려운 분야여서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정책은 결국 미래 세대가 노인 생계비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한데 정책들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