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과다복용 상태로 체포…사흘만에 경찰 조사 -성폭행 고소 → 닷새 후 아내 투신 → 딸 친구 시신 유기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 대한 경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8일 오전 9시 20분께 살인ㆍ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이모(35) 씨를 병원에서 데려와 조사를 시작했다.
이 씨가 지난 5일 체포 당시 수면제를 과다복용한 상태였던 탓에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그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의식을 회복한 이 씨가 질문에 응답이 가능한 상태라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경찰은 체포 사흘 만에 조사를 재개했다.
베이지색 남방에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한 이 씨는 경찰서에 도착한 직후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힌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다.
경찰은 이 씨를 미리 준비한 휠체어에 태워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이 씨는 ‘살인 혐의를 인정하는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씨는 지난달 30일 딸의 친구인 중학생 A(14) 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야산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검거 직후 경찰 조사에서 A 양의 시신을 유기한 장소 등을 진술했지만, 살인 혐의에 대해선 ‘내가 자살하려 준비해놓은 수면제를 (피해자가) 잘못 먹은 사고’라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희소병인 ‘유전성 거대 백악질’ 앓고 있고 자신과 같은 병을 물려받은 딸을 극진히 돌본 사연으로 10여년 전 수차례 언론보도가 되는 등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는 계속된 얼굴 수술로 치아 중 어금니만 남아 이씨는 일명 ‘어금니 아빠’로 불리기도 했다.
이 씨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살인 동기와 방법 등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우선 사체유기 혐의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이 씨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이 씨 아내의 성폭행 피해 고소사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일 이 씨 아내 B(32)씨의 성폭행 고소사건 접수 후 닷새 뒤인 지난 5일 A 씨가 투신해 숨졌는데, 이 씨가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보관 중인 약을 여중생이 먹어 숨졌다는 이 씨의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8일 강원 영월경찰서에 따르면 B 씨는 시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남성으로부터 8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1일 고소장을 냈다.
고소장은 남편인 이 씨와 함께 경찰서에 방문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씨는 딸의 치료비 마련 등을 위해 미국에 간 상태였으며, B 씨는 남편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영월에 머물렀다.
경찰은 B 씨와 더불어 피고소인 조사도 진행했는데 피고소인은 혐의를 일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고소장을 낸 지 닷새 만인 지난달 5일 서울시 자신의 집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영월경찰서 관계자는 “A씨의 성폭행 고소사건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여중생 살해 사건과 별도로 A씨의 성폭행 사건은 절차에 따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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