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자유의지 존중하는 독일 [베를린(독일)=이승환 기자] “실내만 아니면 어디든 편한 데서 피우세요. 그리고 담배 꽁초를 버릴 쓰레기통이 주변에 없으면 그냥 길 바닥에 버리세요.”

2000년초 독일 베를린으로 건너와 10여년째 현지에서 대학 강사 생활을 하고 있는 A씨(여)는 흡연에 관대하다. 아니 베를린 자체가 담배에 관대하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담배 피울 곳을 찾거나, 꽁초를 어디에 버릴지 망설이는 등 한국에서의 흡연 모습을 베를린에서는 찾기 힘들다. A씨는 한국 관광객들의 ‘눈치 보는 흡연’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그렇다고 베를린 거리가 담배꽁초로 뒤덮히는 것도 아니다. 꽁초를 버릴 쓰레기통이 눈에 띄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길거리는 서울 못지않게 깨끗하다. 이제 막 버려진 듯한 담배 꽁초가 가끔 보일 정도다. 이것도 금방 치워진다.

베를린 웨스틴 그랜드 호텔 주변 거리에 있는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베를린 웨스틴 그랜드 호텔 주변 거리에 있는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

A씨는 “꼬박꼬박 세금 내면서 담배 피우는 것에 눈치볼 이유가 있나요? 독일에서는 길거리에 있는 담배 꽁초를 치우는 것만으로도 공공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다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습니다. 특히 남들 눈을 피해 꽁초를 숨기듯 버리면 청소하기 더 어렵죠”라고 말했다.

상하수도 맨홀이나 쓰레기가 쌓인 곳, 빈병만 보이면 꽁초를 던져넣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규제보다 자율성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이 독일 흡연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베를린 거리를 걷다보면 벽 곳곳에 그려져 있는 그래피티(graffiti)가 금방 눈에 들어온다. 도시 전체가 자유로움으로 가득찬 분위기를 뿜어내는 베를린에서는 ‘단속’, ‘적발’이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베를린 ‘공공 질서’의 특징이 ‘규제’보다는 ‘자율성’으로 정의되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베를린 시민들은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공공 문화에서 효율성까지 끌어들인다.

A씨는 “독일 와서 처음 적응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 무단횡단이었다”며 “여기서는 차들이 다니지 않으면 굳이 신호를 지킬 이유가 있느냐는 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해진 규칙 등 시스템에 묶여 있으면 경직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판단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이 이곳의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독일의 공공질서 문화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상황과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거리 곳곳에 금연 구역을 늘리는 등 사실상 강제적인 금연을 종용하고, 길거리에 버리는 담배 꽁초에 벌금을 부과하는 우리 사회의 흡연 문화가 그 대표적인 예다.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한계는 분명히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반사회적인 행위가 아닐 경우 개인의 자유의지를 최대한 침해하지 않는 문화와 규제와 단속을 강화하는 문화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 가는 것이 한국만의 선진적인 공공 에티켓 문화를 찾아가는 길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