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책꽂이 한편에 배우 김민석과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있다. 올해 초 SBS ‘피고인’의 종영 인터뷰 자리에서 촬영한 것이다. 인터뷰가 끝난 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는데 사진 한 장씩 찍고 가란다. 연예인들과 인증샷을 남겨봤자 돌아오는 건 확연한 비주얼 차이로부터 오는 자괴감뿐. 멋쩍게 웃음을 지었더니 소속사 홍보팀이 “추억이 될 거다”라고 말했다. 올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금, 그 사진은 정말로 추억이 됐다. 오랜만에 사진을 들춰보니 적당히 유머러스하면서 센스 있게 받아치는 답변, 적나라할 정도로 솔직한 생각, 연기에 대해서는 겸손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소신 등을 건넨 당시의 김민석이 떠올랐다. 최근 연달아 출연한 JTBC ‘청춘시대’와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김민석이 조금은 달리 보였던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청춘시대2’에서 김민석은 무뚝뚝하고 표현에 서툰 조은(최아라)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서장훈을 연기했다. 서장훈은 겉으로 티는 내지 않지만 친절하고 싹싹하며 속 깊은 인물이었다. 틱틱대면서도 종종 보여주던 박력 넘치는 모습까지,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원하는 이상형에 가까웠다. 현재 방영 중인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안긴다. 그가 연기하는 심원석은 여자의 마음은 눈곱만치도 모르는 공대남이다. 그러면서도 애정표현은 거침없이 건네고 꿀 떨어지는 눈으로 연인을 바라봐주는 사랑꾼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자주 얼굴을 비춰서 반갑게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능청스러운 연기가 자연스럽게 와 닿고,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캐릭터가 붕 뜨지 않은 것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다. 김민석이 어떤 배역을 맡든 단단한 실력을 바탕으로 소화하며 스펙트럼을 넓혀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보장된 연기력에 위트 넘치면서도 성숙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들었던 기억이 더해지니 그의 연기가 달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단순한 캐릭터 같아도 김민석은 그 속에 녹아있는 미묘한 감정선이나 복잡한 심정 등을 캐치해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일례로 김민석은 ‘닥터스’에서도 곱상한 외모에 귀여운 성격, 조금은 까불거리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눈물의 삭발신을 만들어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더 나아가 비슷한 성격을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또 보고 싶은 이유는 각 인물마다 다른 포인트들을 제대로 짚어냈기 때문은 아닐까. ‘청춘시대2’나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캐릭터는 이전과 달리 ‘현실 남친’의 면모가 두드러지는 역할이었다. 똑같이 귀엽고 유쾌한 사람처럼 보여도 같은 선상 속 다른 지점에 놓인 인물이라는 뜻이다.김민석은 이마저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살짝 구불거리는 ‘멍뭉이’ 헤어스타일, 가슴 설레게 만드는 진한 눈빛, 내추럴한 일상연기는 그야말로 ‘심쿵’하는 포인트들을 만들어냈다. 결국 김민석의 연기가 더해진 현실 남친 배역은 그의 개성을 한정 짓는 굴레가 아니라, 매력을 공고히 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