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에도 ‘우선협상 대상자’ 쾌거 中 ‘원전굴기’ 극복…체코 등 추가 수주 기대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전력공사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인수전에서 중국의 거센 공세를 꺾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전의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수주가 최종 확정되면 우리나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8년만에 원전 수출의 맥을 잇게 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속에서 어려움을 겪던 원전업계가 기술력을 토대로 막힐뻔했던 수출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수주를 계기로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추가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7일 한전은 전날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개발사 뉴젠의 대주주인 일본 도시바 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인수전에서 ‘원전 굴기(崛起)’를 내세운 중국이 선진국 시장 진출을 겨냥해 공세적으로 나온 데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탈원전 정책’을 내세우면서 한전의 입지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한전은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 “원전 수주가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라 영국 원전사업 참여를 위한 배타적 협상의 시작을 뜻하는 것”이라며 “협상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중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원전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일본 도시바가 지분 100%를 소유한 원전 개발사 뉴젠이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에 2025년까지 총 3.8GW(기가와트) 용량 원전 3기를 짓는 사업이다. 총규모가 21조원에 달한다. 도시바는 2006년 원전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54억달러에 인수했으나 세계적으로 원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손실이 발생하자 원전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누젠 지분도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한전은 2013년 사업 참여 추진을 결정한 뒤 법률, 재정, 회계, 기술 분야 해외 유수 자문사와 함께 실사를 벌였고 사업리스크를 검토했다.

영국 수출 원전 후보는 한국형 신형 모델인 ‘APR 1400’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모델은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했으며 UAE에도 수출됐다. APR 1400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는 지난 10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 이미 유럽 수출길을 확보한 상태다. EU-APR 표준설계는 APR 1400을 유럽 안전기준에 맞게 설계한 것이다.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사업자가 건설비를 조달하고 완공 후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어서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자금 조달 능력이 한전 수주의 마지막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비를 받으면서 원전을 지어서 넘기는 UAE 원전 수출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또 영국 정부가 발전단가를 낮출 경우 한전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다.

한전의 이번 원전 인수전 선전에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전환정책 기조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목표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탈원전 정책을 앞세우면서도 수출 등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원전 산업을 꾸준히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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