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중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하루를 열어준 아침식사는 스마트폰으로 해결됐다.
당시 서민식당에서 중국식 꽈배기 빵과 두유 등으로 아침식사를 한 문 대통령은 대사관 직원이 테이블 위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68위안(한화 1만1200원)을 지불하는 것을 지켜봤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결제는 문 대통령이 “이것으로 다 결제가 되는 것이냐”고 물을 정도로 단숨에, 아주 간단하게 밥값 지불을 마쳤다.
문 대통령을 놀라게 했던 모바일 페이는 중국에서 단기간에 급성장해 서민식당에서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중국은 인터넷 결제 단계를 뛰어넘어 모바일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 규모는 5조5000억 달러로, 미국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1120억 달러)의 50배에 이르렀다.
중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아 모바일 등 핀테크 중심으로 지급결제 정책을 추진해왔다. 여기에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텐센트의 ‘텐페이’ 등 간편 결제 플랫폼이 모바일 결제 보편화 시기를 앞당겼다. “중국에서는 걸인도 모바일 결제로 동냥을 받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중국보다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국내에서도 모바일 결제의 성장 속도는 눈부시다.
그러나 모바일 결제의 플랫폼을 들여다보면 마땅히 있어야 할 ‘전통적 강자’의 역할이 아쉽다. 모바일 기반의 간편 결제 시장은 카드사 등 ICT 업체보다 유통ㆍ제조업체가 성장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안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신용카드는 올 상반기 일 평균 이용실적이 579억원에 이르렀다. 2년 전과 비교하면 112.1% 증가했다.
지난 2015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반기 평균 성장률은 20%대에 달한다. 양호한 성장세라 할 수 있지만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대세인 ‘간편결제’로 집중해 보면 아쉬운 대목이 있다.
ICT 업체의 간편결제 일평균 이용금액은 지난 2분기 기준으로 149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통ㆍ제조업체의 간편결제는 같은 기간 72억원에서 416억9000만원으로 560% 증가했다.
ICT 업체의 대표적인 사업 모델인 모바일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반기 평균 성장률이 20%인데 비해, 유통사의 간편결제 이용실적은 성장률이 30%다.
증가 속도나 규모 모두 ICT업체들이 유통ㆍ제조업체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외국도 모바일 결제의 물꼬를 트고 확대시킨 것이 유통ㆍ제조업체들이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미국의 페이팔이 선두주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모바일 페이 시장에 대한 인식을 보면 ICT 업체들의 성적이 더 향상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캡제미니와 BNP파리바의 공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급결제 시장의 당면 과제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사이버 보안(65%)이나 개인정보보호(55%)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이 가장 우려된다는 것이다. 반면 ‘OO페이’ 등으로 플랫폼 주도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핀테크 기업들은 ‘새로운 업무방식 적용에 대한 운영상의 신속성 결여(65%)’나 ‘새로운 발전에 맞춘 조직구조의 신속한 최적화가 잘 되지 않은 점(48%)’ 등을 우려했다.
물론 보안에 대한 신중한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핀테크라는 고지를 넘는 태도가 ICT업체들은 방어적, 수동적이라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OO‘페이를 앞세운 핀테크 기업들은 더 빠르고 능동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의지가 드러난다. 플랫폼 주도권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지난해까지 금융사들은 저금리 덕분에 방석에 앉아 돈을 세는 손쉬운 장사를 했다.
카드사들은 2%대 금리로 돈을 끌어다 14~20%대로 대출을 내주며 알짜 수익을 챙겨왔다. 올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이자율 인하 등의 난관을 맞게 되자 수익률 저하가 그대로 드러났다. 수수료 재산정 이슈가 있는 내년은 더 힘들 것이란 앓는 소리도 나온다.
수수료, 이자율이 당장 굴릴 돈을 갖다주기는 해도, 미래 먹거리는 아니다. 새 시절 먹거리는 경쟁자라 인식하지도 못했던 유통ㆍ제조사들이 찾아 먹고 있다. ‘
전당포식 영업’을 한다는 지탄을 받는 은행들도 KT, 카카오 등 IT 업체들이 ‘메기효과’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식탁에 뛰어들거라 생각은 못했을 터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의 ‘메기효과’는 이미 진행중인데, 금리와 수수료의 굴레에 갇힌 카드사들은 메기가 도랑을 헤집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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