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영업’ 불구 항변 못해 지배구조, 채용비리 논란 얽혀 노조 경영참여 빌미제공 우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계좌에 고강도 특별검사에 나서면서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행으로서는 가상화폐 계좌유치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는 점에서 ‘당당한’ 입장이지만, 최근 금융권 채용비리 논란에 지배구조 문제까지 불거진 점이 껄끄럽다. 제재라도 받게 되면 최고경영진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어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은 오는 11일까지 6개 은행에 대한 가상계좌를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 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는 지난 8일부터 가상계좌 운용에서의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 여부와 관련한 감사가 진행중이다.
가상화폐에 대해 당국이 내놓은 규제책 중 은행이 주 타깃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13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테스크포스(TF)는 거래소를 주 타깃으로 첫 대책을 내놓으며 은행에는 가상계좌 본인 확인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은 계좌를 폐쇄했고, 신한과 기업은행은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이어 28일 특별대책에서는 실명제 실시를 언급했다. 거래 계좌를 꿋꿋하게 유지해왔던 농협은행도 이 시점에서 신규 발급 중단까지 돌아섰다.
은행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할만한 조치는 다 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것이 나오면 가상계좌 서비스 중단까지 검토하겠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금융권에서는 신용확인 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불법적인 거래를 은행측이 알고도 묵인하는 일은 찾기 힘들 것이라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요구한 실명 확인 시스템 마련이 힘들 것 같으면 고객을 놓치더라도 거래를 포기하는게 은행들”이라며 “당국의 감시를 받는 은행이 불법, 편법을 묵인한다는건 있을 수 없다”고 항변했다.
‘떳떳하다’는 은행들이지만 당국의 ‘가상화폐 소탕 작전’에 숨 죽인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지난해부터 당국이 ‘초정밀 점검’을 하고 있는 지배구조 문제 때문이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지난해 말 최고경영자(CEO)가 연임에 성공했거나 향후 연임을 노리고 있다. 자칫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되면 연임자격이 제한될 수 있다. 설령 자격제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치명적 빌미를 내줄 수도 있다.
한편 당국은 이달 말까지 금융권 채용비리와 관련한 2차 조사도 진행중이다. 가상화폐 외에도 자칫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위험요소가 또 있는 셈이다.
도현정 기자/kate01@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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