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집된 증거ㆍ태도 고려…구속은 방어권 제한” -검찰 “기각 사유 검토해 재청구 여부 결정할 것” -피해자들 “피의자 방어권 만큼 피해자 안전권도 중요”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안희정(52) 전 충남도지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이 수집한 증거물들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중론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은 “기각 사유를 판단해 (영장) 재청구를 결정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놨다.
곽형섭 서울서부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는 26일 오후 11시20분께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지금 단계에서는 구속하는 것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장이 기각된 후 안 전 지사는 서울남부구치소를 빠져나왔다. 그는 “다 제 잘못이고, 불찰이다”라며 “부끄럽다. 국민 여러분 죄송한다. 용서해달라”는 입장을 표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정무비서인 김모(33ㆍ여) 씨를 포함한 여성들을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ㆍ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중 첫 번째 고소장을 제출한 김모 씨에 대해 이뤄진 4차례의 성폭행ㆍ성추행 혐의만을 가지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안 전 지사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대한 서부지법 측의 입장이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자료와 안 전 지사의 소명을 검토한 뒤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피의자의 인신보호를 위해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삼는다. 사안이 중대할 때, 또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가 명확할 때에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수사의 쟁점은 검찰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지에 있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의 관사ㆍ충남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안 전 지사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것을 사유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안 전 지사의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형법상 피감독자간음죄(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였다.
여기에 안 전 지사 측은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생각했다”면서 “성관계도 강제성이나 위력이 없이 자연스레 이뤄졌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이제 두 가지 선택지를 받게 됐다. 안 전 지사에 대한 혐의 증거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으로 수사를 마친 뒤 기소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서울서부지검은 기각 사유를 검토해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14일 고소장을 접수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 등에 대한 법적 검토는 확실한 수사 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피해자들은 안 전 지사의 영장 기각에 애석하단 반응이다. 사건의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 측은 27일 언론에 배포한 문자를 통해 “피의자 방어권만큼 피해자 안전권도 중요하다”며 “업무상 위력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안전권 보장이 우선돼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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