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쿰함이 확 올라왔다. 틀림없이 먼지 냄새다. 학교 운동장의 마사토를 세차게 때리는 장맛비로 인해 스멀스멀 올라오던 그런 종류다. 땀 냄새도 진하게 풍긴다. 차림이 멀끔할 리 없다. 어깨가 부딪힐듯 가까웠던 그들은 후각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다. 북한 주민들이다. 묘향산 국제친선박물관(일명 김일성 박물관)에서 만났다. 13년 전 가왕(歌王) 조용필이 평양공연을 마치고 북측 제의로 둘러본 곳이다. 남쪽에서 온 이방인을 그들은 신기해 하지 않았다. 눈길도 주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하다. 눈이 아닌 코로써 그들을 불러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봄이 온다’며 평양에서 공연했고, 또 노래할 남측 사람들은 북한 주민을 보고 이번엔 어떤 다름을 느낄까. 한민족이란 게 무색하게 그들의 의중을 헤아리는 건 요령부득이다.
그는 거칠 게 없었다. ‘핫’한 인물이 된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옛 발언을 짚은 결과다. 금배지를 달았을 때 특히 사이다처럼 톡 쐈다. ‘자본시장이나 보험시장이나, 자본시장은 은행과 재벌 위주로 돼 있는, 그래서 따박따박 안정적으로 수수료 따먹을 수 있는 이런 구조 하에서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없다’(2015년 정무위)라거나 ‘금융위원장도 금감원장도 산은 회장도, 조직 안에서 이뤄진 일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 이러니까 감독당국이 감독당국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STX조선 등 처리를 놓고 한 2015년 국정감사 발언)등 ‘직격탄’을 수 없이 날렸다. 듣는 입장에선 ‘저격수’, ‘저승사자’란 수식어를 달고 싶었을 거다.
김 원장은 자신을 너무 한 쪽 방향으로만 몰지 말아달라고 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균형감없는 인물로 낙인찍히는 게 불편한듯했다. 시민운동가(참여연대)나 야당 의원으로서 시쳇말로 ‘밥값’하려고 열심히 했고, 이젠 금감원장에 맞는 역할을 고민하겠다는 뜻이 읽힌다. 그럼에도 김 원장은 ‘규제 강경론자’, ‘정권 측근 인사’라는 ‘프레임’에 갇혀 공격받을 공산이 적지 않다. 뭘하든 상대 진영에서 날을 세울 태세여서다. 돌아보면 우린 20년간 집권 세력이 그렇게 살아온 걸 지켜봤다. 오만함 때문에 주저앉은 진보, 부패해 폐족(廢族) 처지가 된 보수를 막론하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깎아 내리려 핏대를 세웠다. 북쪽 사람 마음읽기보다 난해하다. ‘주류세력의 교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이란 게 알려지자 곳곳에서 부글부글 끓는 이유가 딴 데 있는 게 아니다.
해법은 하나다.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이 넉넉해져야 한다. 번갈아 가며 10년씩 기득권층 생활했으면 상대 처지도 헤아려야 잡음이 줄고 능률이 오른다. ‘화성에서 온 진보’와 ‘금성에서 온 보수’라도 결국 발 딛고 살아갈 곳이 같으니 도리 없다.
이왕 ‘저승사자’로 불리니 김기식 원장을 향한 첨언 하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흥행 영화 ‘신과 함께’의 저승차사들의 행보를 참고하길 권한다. 그들은 이승의 일에 참견해선 안 되지만, 기꺼이 망자를 위한 ‘해결사’로 나선다. 공동운명체로 묶여서다. 김 원장은 다행히 조화와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업계도 행간을 읽되 두려워만 해선 득될 게 없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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