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팔고 몇년 째 짓지도 못하게 하다니…. 덕분에 상암 주민들은 그 흔한 백화점 하나 없이 불편하게 살고 있네요.”

상암 지역 주민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최근 다시 시끄럽다. 5년째 표류 중인 상암 롯데몰 사업과 관련해 지난 12일 롯데쇼핑이 서울시 측에 제기한 행정소송(부작위 위법 확인소송) 6차 변론기일이 있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탓이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 5일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으나 양측 합의를 위해 이를 미루고 변론을 재개했다. 이날 서울시는 상암몰 관련 행정 절차를 밟는 데 80~90일 가량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롯데는 그동안 충분한 협의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다음달 안으로 시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것을 주장했다. 결국 양측의 입장차만 거듭 확인한 셈이다.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의 상암 롯데몰 착공 예정 부지 2만644㎡는 5년째 허허벌판 상태로 방치돼 있다. 올해 초 첫삽을 뜰 예정이었지만 망원시장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역상권이 붕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롯데 측이 지난해 말 협의안을 제시했지만 상인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롯데가 3개 필지 중 한 곳(8162㎡)을 비(非) 판매시설(오피스텔)로 사용키로 한 것엔 환영했다. 다만 나머지 2개 필지(6162㎡, 6319㎡)를 묶어 복합쇼핑몰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에는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애초에 3개 필지 모두 판매시설 운영 목적으로 구입했다가 일부를 양보한 만큼 롯데도 더이상 협의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상암 롯데몰 착공 예정인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부지 모습.
상암 롯데몰 착공 예정인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 부지 모습.

이 과정에서 부지를 판매한 당사자인 서울시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측에 끼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어느덧 5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지루한 공방 속에 이해 관계자 모두 상처 입었다.

2000억원 이상 들여 부지를 매입한 롯데의 경제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연간 금융비용만 따지더라도 누적 손실액이 수백억원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착공 지연에 따른 각종 기회비용도 산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손실에 롯데 측은 서울시에 부지를 다시 되파는 극단적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롯데몰 착공을 저지해온 망원시장은 이 싸움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유통규제 관련 취재 차 만났던 일부 롯데몰 상권 주민들의 얘기는 달랐다. 상암 쇼핑몰과 망원시장 이용 수요가 엄연히 다른데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상암동, 수색동 등에 3~5년 이상 살면서 장보러 망원시장에 간적은 없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롯데몰 부지에서 망원시장은 3~4㎞ 가량 떨어져있다. 차로 15분 이상 걸린다. 상암동 한 주민은 “근처에 다른 대형마트도 있는데 굳이 망원시장까지 장보러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롯데와 망원시장의 공방 속에 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대규모 쇼핑몰 건축 계획을 듣고 입주한 주민들은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 등에 연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롯데몰 오픈으로 5000여명 고용 효과를 기대했던 주민들의 실망감도 크다. 가림막이 쳐진 채 방치된 황량한 부지 경관이 주위 상권 활성화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합쇼핑몰에 설립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도, 방치된 부지를 빨리 처리하길 바라는 목소리만은 같았다.

법원은 서울시가 다음달 18일까지 롯데몰 관련 행정 일정 계획을 롯데 측에 통보하고 롯데가 이를 수용하면 그달 21~25일 조정 권고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 합의가 안되면 다음달 31일 선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암 롯데몰 착공을 둘러싼 5년여 공방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기업도, 지역 상권도, 주민도 착잡한 표정으로 텅빈 부지를 바라볼 뿐이다. 더이상 시간을 끌기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 롯데에 건축 허가를 내주든 부지를 다시 사가든 어느 쪽으로든 서울시가 매듭을 지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