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주 스노우폭스 코리아 대표 “갑질고객은 한국만의 모습” “재벌 갑질, 말도 안되는 행위” [헤럴드경제 TAPAS=민상식 기자] ‘Gapjil’
갑질이라는 단어가 Chaebol(재벌)처럼 국제적인 단어로 등극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을 보도하면서, 갑질은 “과거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갑질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이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터진 3년 전부터 갑질행위에 반기를 든 회사 스노우폭스다. 이 회사는 2015년 말 직원들에게 무례하게 구는 고객은 거부한다는 ‘공정 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매장에 내걸었다. 지금도 회사 매장에 들어설 때 갑질고객 거부 안내문이 가장 먼저 보인다. 이달 25일 서울 서초구 스노우폭스 뱅뱅점에서 백현주 스노우폭스 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백 대표는 인터뷰 내내 ‘고객의 구매 행위와 판매 서비스는 동등한 교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발표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 “2015년 초 스노우폭스가 한국에 처음 진출할 때부터 갑질고객을 거부하는 안내문을 내걸려고 했다. 하지만 (손님은 왕이라는 통념이 있는) 한국 상황에 맞지 않다는 주변의 조언에 포기했다. 그 해 벌어진 갑질고객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15년 10월쯤 인천 한 백화점에서 점원들이 고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사건을 보면서 ‘안되겠다’라는 판단을 했다. ‘20대의 어린 직원들에게 우리가 힘이 되자’라는 생각으로 김승호 스노우폭스 회장이 직접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작성했고, 국내 모든 매장 문에 부착했다.”
Q :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 이후 무례한 행동을 하는 고객이 줄었나.
A : “공정서비스 권리를 내건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반말하는 고객, 계산이 지연되는 경우 소리를 지르는 고객이 간혹 있다. 매장 여직원의 사진을 몰래 찍는 경우, 심지어 보틀(bottleㆍ음료병) 입구가 작다며 ‘보틀을 바꾸고 그 사진을 자신에게 보내라’고 항의하는 모 회사 대표까지 있었다. 이런 경우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이 직원들에게 보호막 역할을 한다. 우리 직원들은 공정서비스 권리 공지를 통해 자신있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Q : 해외보다 한국에 유독 갑질고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 “갑질 고객은 한국에만 있다. 해외 스노우폭스 매장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고객이 매장 직원의 사진을 찍거나 희롱하는 경우 경찰을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은 ‘손님은 왕이다’라는 특유의 문화 때문에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무조건 고객에게 공손해야 한다. 직원이 ‘죄송하다’라고 사과하는 것에 손님도 길들여져 있다. ‘나는 손님이니까 이렇게 행동해도 돼’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Q :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채택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A : “서비스업 전체에 많이 전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스노우폭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 원본파일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도권 지역 등을 다니다 우연히 당구장이나 PC방 앞에 권리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갑질이 부끄러운 행위라는 것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이른바 ‘알바인권법’을 발의한 이정미 정의당 의원으로부터 고맙다는 연락도 받았다. 지난해 4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이 등장한 것 등이 이정미 의원이 알바인권법(산안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가 됐다. (알바인권법은 사업주가 고객의 폭언과 폭행 등 부당행위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도록 규정한다)”
Q : 스노우폭스만의 직원복지 문화는 무엇인가.
A : “직원간 존대하는 문화가 있다. 서로를 부를 때에는 영어이름을 사용한다. 직영점만 운영하는 스노우폭스 코리아는 3개월의 교육기간을 거쳐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한국 매장 11곳 82명 직원이 모두 정규직이며, 직원 만족도가 높아 이직률이 다른 동종 업체들보다 낮은 편이다.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내세운 회사라는 점을 장점으로 보고 스노우폭스에 입사한 직원도 많다.”
Q : 갑질 행위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A : “최근 일부 재벌 가족의 갑질 모습을 보면서 이 기업이 어떻게 한국에서 성장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되는 행위다. 김승호 회장은 미국에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 자수성가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경영에서 직원이 첫 번째로 중요하다고 여긴다. 나는 아무리 어린 직원에게도 존댓말을 쓴다. 김 회장은 한국에 오면 수행기사 없이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이번 재벌갑질 사건 이후 우리 사회가 변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스노우폭스=김승호 회장이 미국에서 2005년 창업, 전 세계 최고의 도시락 브랜드로 성장한 뒤 3년 전 한국에 진출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 전 세계 1300여개 매장을 두고 있다. 주 메뉴는 김밥과 초밥이며, 미리 용기에 담아 놓은 메뉴를 계산 후 매장에서 먹거나 들고 나가는 그랩앤고(Grab&Go) 형태로 운영된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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