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아시아 주도권 中에 뺏기고 우크라사태에 美등 서방국에 시달리고

러시아가 극동지역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다. 부동항을 찾기 위해 동아시아로 눈길을 돌린 러시아는 이후 1904~1905년 러일전쟁에서 ‘약소국’으로 평가되던 일본에 참패했다. 해군력의 상징이었던 발틱함대가 궤멸됐고 일본 사학자들은 근대에 접어든 동ㆍ서양의 첫 대결에서 동양이 승리했다고 자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2차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 동아시아에서 옛 소련의 힘은 막강했다. 공산주의ㆍ사회주의의 어머니 국가로 중국, 북한과 함께 자유ㆍ민주주의 진영인 한국-미국-일본과 맞섰고 소련 붕괴 이후에도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6자회담 등을 통해 건재를 과시하며 균형적인 구도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최근 양상은 이전과 다르게 복잡 다난하다. 6자회담의 ‘키플레이어’(Key player) 역할을 했던 러시아는 ‘G2’로 떠오른 중국에 동아시아 주도권을 내 준 형국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의 제재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오히려 중국에 손을 벌리면서 기대는 처지고 극동지역 개발에 한-중-일의 투자를 이끌어내려 분투하고 있다.

러시아는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궁지에 몰렸다. 말레이항공 MH17기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자 현지 무장세력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더욱 강력한 추가 경제제재를 경고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방사회가 러시아에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본지 7월 21일자 2ㆍ4면 참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치 동계올림픽 등으로 국민적 사기 고양에 나섰으나 사상 최대의 자금을 쏟아부은 올림픽은 경제 유발효과는커녕 러시아 경제를 뒷걸음질치게 만드는데 일조했을 뿐이었다.

불과 30년 전 미국과 세계를 양분하며 자웅을 겨룬 과거의 영광은 빛이 바랜지 오래다. 발틱함대는 오래 전에 사라졌고 제정 러시아와 소련의 영광을 꿈꾸던 푸틴의 발톱은 동아시아에서조차 조금씩 무뎌져가고 있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