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 번 회담으로 될 협상 아니다“ 북미 판문점협상팀 CVID 합의도출 실패 결국 트럼프-김정은과 직접담판 가능성 폼페이오, 13일 방한…한미일 외교 회담
오는 12일 싱가포르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은 북핵문제를 ‘단계적’으로 푸는 출발점이 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협상을 기존의 ‘일괄타결’이 아닌 ‘단계적 방식’으로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누차 말했지만, 이것(12일 열릴 북미정상회담)은 하나의 과정”이라며 “한 번의 회담으로 거래(one-meeting-deal)가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단순한 ‘사진촬영용’(photo op) 자리가 되지 않을 것이고, 최소한 좋은 관계로 시작해 좋은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켈리언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전날 기자들과의 조찬회동에서 “2~5차례의 회담이 더 열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복수의 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에 나서기로 한 데에는 핵문제와 체제보장을 일거에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수준보다 더 나아간 합의가 나오느냐다. 6ㆍ12 북미정상회담이 북핵협상의 신호탄이 되는 만큼 첫 단추를 어떻게 매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정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판문점 통일각에서 북한 측과 의제 및 합의문 협상을 벌인 미국 실무대표단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북미 실무대표단은 일단 싱가포르로 이동해 정상회담 개최 직전까지 협상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실무진이 합의문 조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담판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워싱턴 내에는 북미정상회담에서 ‘4ㆍ27 판문점 선언’처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북미회담 회의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군사ㆍ안보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재차 밝혔다고 하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때도 전문가를 초청하지 않는 등 진의를 의심하게 하는 행위가 여러차례 있었다”며 “합의에이르더라도 포괄적인 로드맵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회담이 ‘상견례성’(get-to-know) 만남이라고 규정한 만큼 포괄적 합의를 도출하지도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한 뒤 “어떤 것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회담 조건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회담장에서 몇 분안에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틀, 사흘까지 길어질 수도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부터 김 위원장과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마라톤 회담’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CVID’를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북미 정상은 포괄적인 수준의 합의를 시작으로 북핵 및 체제보장에 관한 협상을 계속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권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북핵문제를 본인이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일 정상회담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도 있다. 우리는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고, 그러기를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는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모든 것이 완료되면 그것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완료됐을 때’라는 단서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실현한다면 북한의 체제보장을 위한 정치적ㆍ법적 구속력이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나갈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싱가포르 회담 후 서울을 방문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할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8일 “미국과 일본 측과 외교장관 회담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회담이 열린다면 14일 열릴 것”이라고 했다. 앞서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수행한 뒤 13일과 14일 서울을 방문해 한국과 일본의 고위 관리들과 만나 한미ㆍ미일 동맹관계와 공동의 우선 관심사안과 북한에 대한 공동의 접근방식에 논의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한기간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북미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대북정책 공조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1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문재연 기자/munjae@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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