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청와대도 해체 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안점검회의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발사장 해체 동향을 파악했다는 언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청와대도 해체 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안점검회의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발사장 해체 동향을 파악했다는 언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38노스, 타워크레인 부분해체 위성사진 보도 “北, 약속이행 및 신뢰구축 선제조치 나선듯” 제동걸렸던 북미 후속대화 진전 가능성 기대 ARF서 남북미 외교장관회담 성사여부 주목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 발사대에 세워진 ‘타워크레인’을 부분해체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현지시간)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고 있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도 24일 북한이 지난 20일과 22일 서해위성발사장의 발사대에 세워진 대형 크레인을 부분해체한 정황이 식별돼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추적 및 분석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38노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북한이 궤도 위에 설치된 구조물, 인근의 엔진시험대 등에 대한 해체작업을 시작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찍힌 위성사진에는 크레인과 차량이 모습이 담겼다. 해체된 구조물들이 바닥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고, 미국 언론들은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말한 시험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지목해왔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장 해체작업은 북미 후속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후 미국은 유엔 회원국들의 단결된 대북제재 이행을,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한 미국의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인된 움직임이라 눈길을 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에서 통큰 결단을 한 것이거나 북미간 물밑접촉을 통해 (북한의 약속이행에 대한) 설득작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약속한 체제보장과 경제번영 모두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결정으로 이뤄질 수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 차원에서 북미 간 신뢰구축과 약속이행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첫 약속이행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큰 의미를 둘 것”이라며 “다만, 핵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신고→검증→폐기’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약속한 서해 위성발사장 해체에 돌입한 데는 북미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달 30일~8월 4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진행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앞두고 북미 비핵화 후속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포럼 계기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 남북미 외교장관 회담이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북한 입장에서는 비핵화 후속협상에 대한 진전없이 국제무대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약속이행에 나서면서 ARF 계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 외무상의 접견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 외무상은 북한 외무성에서 과장 등 실무직에 있을 때부터 핵문제와 군축, 인권 등 대미외교 전반을 다룬 자타공인 최고의 미국통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것을 이행하려는 의도인지 주시하고 있다”며 “한미 정보당국에서도 동창리 발사장에서 일부 유의미한 징후가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동향을 감시ㆍ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에 들어갔다면 이는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려는 액션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38노스의 조셉 버뮤데즈 분석관은 “6ㆍ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약속한 바를 이행하는 중요한 첫 조치”라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 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노력은 북한의 상당한 신뢰구축 조치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2015년 말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발사대를 50m에서 67m로 증축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6년 2월 7일 장거리 로켓(미사일)에 위성체를 탑재한 ‘광명성 4호’를 발사했다. 서해위성발사장은 발사대에 자동 개ㆍ폐장치를 달았고 3단 로켓 추진체를 조립하도록 대형 조립건물을 갖추고 있다. 발사장의 조립건물에서 발사대까지 2개의 자동 레일을 깔아 로켓 추진체를 발사대까지 자동으로 신속히 이동하도록 현대화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