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받았어도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소송 가능 -긴급조치 피해자에 국가가 ‘시효 지났다’ 주장 못해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군사 독재 시절 긴급조치나 계엄령으로 인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과거사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옛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2항 등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의 의견으로 일부위헌 결정했다. 민주화보상법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고 별도의 소송을 낼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군사정권 시절 ‘긴급조치’나 계염령으로 인해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기존에 받은 보상금 외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를 추가로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헌재는 “민주화보상법과 시행령을 살펴보더라도 정신적 손해 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보상금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지급되는 보상금은 입법 당시 상정 가능한 모든 채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보상금을 받았으면 사건이 일단락되도록 한 게 민주화보상법의 입법 취지라는 결론이다. 두 재판관은 “보상금을 지급한 경우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불행한 과거사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가겠다는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이날 국가가 과거사 피해자들의 배상청구 시기가 이미 지났다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결정도 함께 내렸다. 헌재는 민법 제166조와 과거사정리법 제 2조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위헌)대 3(합헌)의 의견으로 일부위헌 결정했다.
대법원은 과거사 피해자들이 재심을 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후 6개월이 지나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헌재는 과거사 피해를 유발한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결론냈다. 다만 피해자가 손해를 인식하게 된 때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내야 하는 ‘주관적 제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피해자들 중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은 무죄 확정받은 때로부터, 민간인 학살 등 피해자들은 과거사 정리 단계에서 진실규명 판정을 받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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