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업종별 차등화가 세계적인 추세 日 경우 지불능력 고려 240여종 세분화 호주, 122개 직군 직업별 다양한 규정 둬
일부선 “차등화 땐 영세업종 근로자 소외” 도입 취지 무색·인력 쏠림 부작용 우려도 “최저임금 중위소득 60%도달 재설계 필요”
2년 연속으로 최저임금이 두자릿수 이상 오른 가운데 소상공인ㆍ자영업 단체가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기금 확대ㆍ재정지원 등 단기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업종ㆍ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등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상공인들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0개 업종단체 87개 지역단체로 구성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이하 운동연대)는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시위를 열고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촉구하며 나섰다.
이날 운동연대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업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적용해달라는 의견이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최승재 운동연대 공동대표 겸 소상공인연합회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업종ㆍ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라는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안은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정부는 유감표명이나 사과도 없이 최저임금 재심의 불가는 물론 주휴수당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이 요구하는 ‘최저임금 차등화’는 이미 많은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은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독일,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등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불능력이 충분한 업종이나 지역에서는 최저임금을 높게 책정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지역ㆍ업종에 따른 최저임금 종류만 240가지에 달한다. 호주는 122개 직업군의 직업별 최저임금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최저임금 차등화가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협상 때마다 반대의견이 많아 부결돼 왔다. 특히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화로 인해 영세업종에서 일하며 더 보호받아야 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만 깎이는 역효과가 크다며 반발해 왔다. 일각에서는 ‘저임금 사회를 벗어나자’는 최저임금 취지를 무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임금이 높게 적용되는 곳으로 인력이 쏠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도하던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가 힘을 실어주면서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최저임금 제도’를 찾기 위한 논의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최저임금 상승분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책정됐다”며 “최저임금이 중위소득의 60% 가까이 올라온 만큼 지불능력을 고려한 제도설계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박로명 기자/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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