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앞 못내다본 금리 정책
회사원 A씨(38)는 요즘 은행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은행의 권유만 믿고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탔다가 이자 손해를 보게 생겼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이사를 하면서 은행 직원의 적극적인 권유로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탔다.
향후 금리가 오를 수 있고,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금리가 내려가 변동금리와 별 차이가 없다는 은행 직원의 말에 대출을 갈아타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탄 지 두 달도 안 돼 한국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A씨는 괜히 은행 말만 믿고 갈아탔다가 손해를 보게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은이 조만간 금리 인하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A씨처럼 고정금리로 갈아탄 금융 소비자들은 상당히 많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중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 기준의 고정금리 대출비중이 25.7%를 기록,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12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대출기준 고정금리대출 비중(42.3%) 역시 5월(42.6%)에 이어 40%대를 유지했다.
이처럼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이 최근 급증한 것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 2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을 발표하면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을 비롯해 보험 및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도 2017년까지 고정금리ㆍ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을 전체 가계대출의 40%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연도별 목표도 올해 20%, 2015년 25%, 2016년 30% 등 당초 목표보다 다소 높여 잡았다. 이에 은행들은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려고 경쟁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판매했고, 그 결과 고정금리 대출이 급증했다.
문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이후 내수부양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필수적인데, 이미 경제팀이 ‘41조원+α’ 정책 패키지를 공개한 상황이라 한은 입장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호응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 금융통화위원들도 지난 7월 금통위에서 대내외 경기우려와 낮은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는 발언들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고스란히 고금리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몇 달 뒤도 예측하지 못한 금융정책 때문에 그 손해는 말을 잘 들었던 금융소비자들이 떠안게 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금리가 오른다며 고객들에게 고정금리 상품을 추천했는데, 몇 달만에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생겨 난감하다”며 “은행의 신뢰도만 떨어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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