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미세조직 배양 기술로 ‘7월의 KIST인상’ 수상 -‘에스바이오메딕스’에 기술이전하며 치료제 상용화 기대 -“한국 재생의료 가능성 높지만 규제는 너무 타이트 해”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우리 몸을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는 세포다. 이 세포에 문제가 생기면 각종 질병에 걸리게 된다. 때문에 많은 생명과학자들은 세포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힘써 왔다. 한국은 전세계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높은 위치에 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세포들은 플라스틱과 같은 2차원 환경에서 배양이 이뤄진다. 하지만 세포는 원래 3차원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3차원의 세포가 2차원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원래의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점에 착안해 3차원 환경에서 세포를 조직하는 기술이 시도됐다.

김상헌(50ㆍ사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조직연구단 교수는 2005년부터 3차원 환경에서 만들어진 미세조직(세포)이 기존 미세조직보다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 온 과학자다.

김 교수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배양한 미세조직의 경우 환자에게 1억개를 주입한다고 해도 그 중 살아 남는 조직은 10%에 불과하다”며 “세포 자체가 3차원의 고형물질인데 이를 2차원의 플라스틱 환경에서 키워내다보니 기능이 좋아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즉 나무를 심을 때 단순히 한 가지만을 땅에 심는 것이 아니라 가지를 실제 토양 환경과 비슷한 곳에서 어느 정도 키워낸 뒤 옮겨 심는 셈이다. 어느 것이 더 잘 자라게 될지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런 ‘3차원 미세조직 배양 기술 및 치료’가 그 의미를 인정받아 김 교수는 지난 7월 ‘이달의 KIST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김 교수의 기술은 세포치료제 상용화를 위해 ‘에스바이오메딕스’에 기술이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우선 이 기술은 중증의 하지허혈과 주름 개선을 위한 미용 목적의 치료제로 개발될 예정이다.

특히 하지허혈은 환자가 받는 고통이 상당하지만 현재까지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다리를 절단하거나 자기 혈관을 이식하는 방법 뿐이다.

김 교수는 “하지 허혈은 국내 환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글로벌 환경으로 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 매년 20여만명이 하지허혈로 고통받고 있다”며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보니 상용화에만 성공하면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독성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올 해 안에 식약처에 임상계획 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와 에스바이오메딕스는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며 오는 2022년에는 3상 임상시험에 대한 결과물을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치료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도 중요한 기준이지만 항상 균일한 수준의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느냐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제가 개발한 3차원 미세조직 기술은 99% 이상 동일한 품질의 세포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국내 재생의료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함과 동시에 정부의 규제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분명 기술력은 갖췄는데 정부 규제에 막혀 상업화에 난항을 겪는 기술들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본은 재생의료 시장도 오픈돼 있고 세포치료제 등 새로운 기술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제약사도 많다”며 “특히 재생의료 분야와 관련해 정부의 규제가 합리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의 좋은 기술들이 국내 규제에 막혀 일본 등 다른 나라로 가서 치료제라는 결과물로 돌아올 때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며 “정부의 규제가 좀 더 합리적, 즉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3D 프린팅 등의 용어가 일상화된 4차 산업혁명 시대. 이제는 치료제 분야까지 이런 바람이 닿을 때가 됐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