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논란 되풀이 구조적 해결 촉구 “예측가능성 기업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 재계, 최임결정 3단계 프로세스 거듭 제안 정부, 입장 표명없이 공포 ‘직행’ 움직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자 경제단체들이 일제히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며 제도 개선에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해마다 인상률을 놓고 논란을 거듭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고치고자 경제계가 제안한 ‘결정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10일 경제계에 따르면 정부의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에 대해 주요 경제단체들은 공동입장을 발표하는 동시에 정치권 간담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경제 단체들이 공동 성명을 낸 것은 2016년 9월 이후 2년 만이다.

우선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0개 경제단체는 지난달 공동 성명서를 통해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을 반대한다”며 “유급처리시간(주휴시간)은 실제 일하지 않은 가상적이고 허상의 시간으로 실제 근로 제공이 전혀 없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효력을 상실한 정부 지침을 대법원 판결에 맞춰 ‘유급처리되는 시간’을 제외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관한 문제는 범죄 구성요건에 직결되는 만큼 시행령에서 논의하는 것보다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고” 주장했다.

이런 경제계의 주장은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는 기존 일정에 맞춰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경제단체들이 주최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관련 경제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경제단체가 한 가지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경제위기 상황에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는 시행령 개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입법예고 기간을 종료하고 시행령 개정안 공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의 시행령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심사, 법제처의 법제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대통령의 재가 후에 관보에 게재되면 공포된다.

경제계는 이어 현행 최저임금 결정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최저임금 결정 3단계 프로세스’를 정부에 거듭 제안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5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최저임금과 관련해 얼마 전 건의를 드린 적이 있다”며 “산식에 의해 일정구간의 인상폭이 나오는 걸 법으로 반영하고, 전문가와 노사 합의 과정을 거친 다음 확정하는 3단계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특히 기업입장에서는 예측가능성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재갑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에 대해 “저희가 건의문을 잘 받아서 내부 검토하고 있고, 국회에서 여러 가지 법안들이 제출돼 논의의 장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저희도 여러 가지 방안을 갖고 국회의 논의 과정에 참여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최저임금 결정구조와 관련한 법 개정안이 20건 이상 계류 중이다. 최저임금 승인 과정 개선, 최저임금위 인적 구성 다변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법안들이 국회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도 “30년 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최저임금 심의는 참여자 모두 명분에 집착해 합의도출을 꺼리는 모습을 보여 왔고, 인상률도 결정을 먼저 내린 후 근거를 짜맞추는 식”이라며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해결하고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