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가게 얻어 과일장사 시작 -옷 얻어입고, 식당 허드렛일로 끼니 해결 -수십년 아끼고 모은 400억원 ‘장학금’으로 쾌척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남편은 머슴살이. 아내는 식모살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에는 식당일. 형편이 조금 나아진 뒤에는 리어카 과일 장사를 시작했다. 그 이후론 종로 5가에 직접 가게를 얻었다.
부부는 매일 자정, 과일을 떼러 청량리로 향했다. 종로 5가에는 오전 4시께 과일을 배달해주는 트럭이 있었지만, 부부는 그보다 더 좋은 과일을 가져다 팔고 싶었다.
늦은밤 청량리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부부는 매일 4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어서 이동했기 때문이다. 전차를 타고가는 교통비가 부담됐다.
통행금지 위반으로 파출소에 잡힌 적도 있고, 때론 순경들에게 핀잔도 들었다.
25일 고려대학교에 학생들의 장학금 명목으로 400억원의 재산 기부의사를 밝힌 김영석 선생(91)과 양영애 여사(83) 부부의 이야기다.
이날 진행된 기부식에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김재호 이사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유병현 대외협력처장 겸 기금기획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염 총장은 “평생 동안 땀흘리고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면서 “기부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학교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남편 김 선생은 17살에 남한에 내려온 실향민이다. 15살에 부모를 여의고, 남은 두 형제에게 ‘돈을 벌어 오겠다’고 약속하고 집을 나왔다. 하지만 곧 6ㆍ25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국가를 위해 싸웠지만, 끝내 동생들을 만나지 못했다.
아내 양 여사와는 중매를 통해 만나 결혼했다. 양 여사는 경북 상주가 고향인 6남매 중 둘째였다. 재산은 한푼 없었지 부부는 ‘성실함’을 크게 인정받았다.
새벽에 받아온 좋은 과일은 지역 주민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가게 문을 열면 3~4시간만에 준비된 물량이 동이 났다. 부부는 장사를 마치고서는 늦은 밤까지 남의 식당에서 가게일을 도왔다. 무료로 밥을 얻어먹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한푼 두푼.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재산을 모았다. 옷, 신발, 양말 등도 직접사기보단 얻어서 해결했다.
부부는 과일장사를 통해 모은 돈으로 1976년 청량리에 상가건물을 매입했다. 허리띠를 졸라가며 아낀 돈에 일부 은행대출을 더한 돈으로 마련했다. 이후 은행 대출을 갚고, 한채 두채 건물을 늘려갔다.
아내 양 씨는 “빌린 돈의 원리금을 갚기 위해서 생일 한 번 챙기지 못했다”면서 “남들 다 가는 여행 한 번 가지 못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에 기부의사를 밝힌 금액은 김 선생 부부가 평생을 아끼고 모아 마련한 전재산이다.
부부는 우선 이날 시가 200억 상당의 청량리 소재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기부할 방침이다. 또 빠른 시일 내에 시가 200억 상당의 토지 6필지, 건물 4동을 추가로 기부한다.
부부는 “두 아들이 현재 미국에 이민을 가서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면서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곳에 쓰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고 말했다.
아내 양 여사는 “우리 부부는 50여 년 동안 한 푼도 (허투루) 안 쓰고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면서도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나같은)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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