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 및 기업 최고경영자(CEO)중에는 본인이 평생에 걸쳐 일궈온 기업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후계자 및 가업승계에 대해 준비하지 못한 분들이 상당히 많다. 전문가 상담을 미리 받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그 필요성을 인지한 때에는 이미 대처하기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칫 잘못하면 평생에 걸쳐 일궈 놓은 기업을 한 순간에 제3자에게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자산가든, CEO든 틈나는대로 미리미리 승계작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가업승계에 대한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가업을 무사히 넘겨줄 수 있을 것인가’ 일 것이다. 이를 위해 일부는 사전 증여를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전 준비를 거치지 않은 채로 가업승계를 진행할 경우, 경영권 분쟁 및 상속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는 원활한 가업승계 장려를 위해 가업상속공제, 가업승계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창업 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 사후 요건이 매우 엄격하고, 아직까지 사회전반적으로 가업승계 제도가 원활치 못해, 정착 단계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이다.

일반적으로 가업승계의 방법으로는 양도, 상속 혹은 증여 등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신탁제도를 통한 가업승계는 안전하게 경영권을 넘길 수 있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안정적인 자산이전을 위해 이 신탁제도를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탁을 이용한 가업승계는 경영자가 생전에 원하는 자녀 혹은 후계자에게 기업의 주식을 넘기는 방법으로, 생전에는 회사 주식을 본인에게 신탁하고(자익신탁), 사망 후에는 원하는 자녀를 사후수익자로 지정하는 방법(유언대용신탁)도 가능하다. 유언대용신탁이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신탁을 활용하여 사망 이후의 재산 배분을 미리 정리해 놓는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위탁자가 수탁자(신탁회사)의 전문적인 관리 아래 수익자를 직접 지명해서 사후 재산을 주도록 하는 것이다. 신탁이 유언의 기능을 수행하며, 유언 절차의 엄격한 형식을 완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재산을 둘러싼 상속인들 사이의 분쟁을 방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위탁자가 사망한 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수익자의 순서를 지정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를 ‘수익자 연속신탁’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경영자의 유고 시를 대비하여 차기 경영자를 미리 정할 수 있다. 신탁은 당사자 사이의 계약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방식이 가능하며, 위탁자의 살아 생전에는 기 설정한 신탁 계약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또한, 금융회사가 문을 닫을 때에도 신탁자산은 손해 없이 본인 또는 상속인에게 돌아간다는 점도 신탁 설정자로 하여금 안심시킬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신탁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최근 신탁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며, 선진적인 자산관리 제도인 만큼, 앞으로 그 활용도는 대폭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사회에서 조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한 발짝 이라도 더 먼저 생각 하고 준비한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큰 경제적 이득을 더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성숙하고 안전한 가업승계를 통해 건실한 기업들이 오랫동안 승승장구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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