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에 “재심개시결정 시 형 집행정지 적극 결정해야” 표명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존속살해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15년간 구금 상태에서 재심결정을 받은 김신혜 씨의 진정을 계기로 형사사건 재심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요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왔다.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형사사건 재심절차 개선을 위해 법원 재심개시결정에 따른 재심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검사의 불복제도를 개선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을 마련하고, 법 개정 때까지 검사의 불복권 행사를 신중하게 할 것”을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인권위는 “현행 형사소송법 제435조 제2항은 ‘재심개시의 결정을 할 때에는 결정으로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계속되는 구금상태에서는 재심청구인이 새로운 사실 주장이나 사실오인 다툼 등 방어권 행사가 어렵고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는 또한 대법원장에게는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재항고 재판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재심개시결정 시 형의 집행정지결정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어 ”재심개시결정 즉시 항고권을 폐지하거나, 재항고 사유제한 등을 검토해야한다”며 “법원이 재심재판을 일반사건과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아 신속 처리를 위한 제도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권고안은 앞서 존속살해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15년간 구금 상태에서 재심결정을 받은 김신혜 씨가 진정은 제기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씨는 “원 법원의 재심개시결정이 내려진 후 재심개시결정 확정까지 3여년이 경과됐다”며 “이로 인한 재심재판 지연과 인신 구속 상태 지속은 부당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김 씨와 같이 재심결정이 지연돼 피해를 본 사례는 더 있다. 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형사사건 재심청구 후 재판부의 재심개시결정까지 가장 오래 걸린 경우 7년 12일(법원행정처 자료, 2018. 10. 29.기준)이 걸렸다.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기각결정은 최장 9년 32일, 재항고 기각결정은 최장 3년 182일이 걸렸다. 24년 만에 무죄확정 판결을 받은 일명 ‘유서대필사건’은 재심개시결정 후 최종 재심개시결정 확정까지 3년 3개월이 소요됐다.
인권위는 “형사재심제도는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는 경우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해 시정하는 절차”라며 “그런데 현행재심제도는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과 재항고권이 폭넓게 보장되고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재심개시 확정까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독일은 1964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권을 폐지했고, 일본은 검사의 재항고(특별항고)권을 헌법위반과 판례 위반 사유로만 한정해 인정한다”며 “반면 한국은 재항고 사유를 규칙 위반까지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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