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후 적립배율 1배’ 목표 누락…日 100년후 1배 목표 설정과 대조 복지부 4개안 모두 ‘덜내고 더받기’ 무책임 …사실상 재정안정 포기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재정안정을 외면한 채 인기투표식으로 발표한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정부 개편안에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제시한 ‘70년후 적립배율 1배’ 목표를 현실성이 없다며 누락시켜 사실상 재정안정을 포기하고 부담을 다음 정부로 떠넘긴 것으로 무책임하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100년후 적립배율 1배 목표’를 설정한 것과 대조된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위해 구성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8월 “재정 목표가 설정되지 않아 국민연금의 미래 재정 방식 이해에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며 국민연금 신규가입자가 사망하게 될 70년 후에 ‘적립배율 1배’를 달성한다면 ‘재정안정화’를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현 시점에서 70년 후 적립배율 1배는 2088년에 보험료를 한 푼도 거두지 않더라도 1년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기금이 남아있다는 뜻으로, 이를 위해서는 상당폭의 보험료 인상이 필수적이다.
개편위는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대비 노후연금액 비율)을 45%로 두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내년 11%로 올리고 단계적으로 18%까지 올리는 방안, 소득대체율을 40%로 두고 내년부터 10년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5%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넉 달 뒤 나온 정부 개편안에는 이런 재정목표가 쏙 빠졌다. 복지부는 지난 14일 재정안정보다 노후소득보장 강화에 초점을 맞춘 4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70년후 적립배율 1배 목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정부개편안은 1안은 ‘현행유지’, 2안은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3안은 ‘보험료 12%·소득대체율 45%’, 4안은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50%’로 요약할 수 있는데, 4개안 모두 ‘덜 내고 더받기’다. 4가지 안에는 어느 하나 재정 불균형에 대한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국민연금소진 시점은 1·2안 2057년, 3안 2063년, 4안 2062년으로 추산됐다. 국민연금이 현재대로 유지될 경우 2057년에는 소진된다는 제4차 재정추계 결과와 비교하면, 소진시점은 변화가 없거나 최대 6년 늘어나는데 그친다.
정부가 장기적 재정 안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보다는 보험료 부담은 최소화하고 보험금은 더 받는 식의 대책을 국민 여론 조사를 통해 인기투표 식으로 나열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개편안을 내면서 1안으로 현행유지안을 낸 것을 두고도, ‘인기투표식’ 정책 나열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현 연금제도의 개편을 추진하면서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절반 가까이(47%)가 현행 제도 유지를 바란다며 현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체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1안으로 냈다. 이에 대해 모든 정부정책을 설문조사를 해 국민이 원하는 정책만 하려고 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그대로 놔두면 나중에 기금이 사라지고 보험료율이 20~30%로 뛰어올라 후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당장 인기 없다고 나서지 않는 꼴이다.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연금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민들의 연금제도 수용성에만 치워쳐 사실상 재정안정을 포기한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연금 지급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명문화하겠다고 했지만 재정안정이 안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장기 안정 목표를 세워놔야 후세대가 얼마나 힘들어질지 지표상 수치로 알 수 있고 제도를 보완해갈 수 있다”며 “일본은 100년후 적립배율 1배 목표를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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