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신랑에게 집 앞 마트로 쌀 심부름을 시켰다가 부부싸움을 할 뻔했다. 20㎏ 쌀 한 포대를 6만4000원이나 주고 사온 것이다. “밥으로 무슨 영광을 보려고 그러냐”며 몰아치는 필자에게 신랑은 “가장 비싼 브랜드의 제품이 아니고, 중간 가격 수준의 제품들 중에서 골라온 것”이라고 맞섰다. 실제로 품종이나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지만, 상(上)품 이상 단일 품종 쌀 제품은 대부분 가격이 6만 원대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 특히 경기 일부 지역에서 출시된 특등급 쌀은 7만 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연초부터 생활물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먹거리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1.5%)보다 2배 이상의 상승률을 보인데 이어 올해도 줄줄이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농축산물 물가와 외식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집에서 만들어 먹으나(농축산물 물가) 밖에서 사 먹으나(외식 물가) 밥 먹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기본 식재료비의 기준인 농축산물 물가가 3.7%나 올랐다. 폭염 때문에 김장철에 많이 소비되는 배추(70.9%)는 포기당 6000원대로 치솟았고, 무(57.4%)도 개당 36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정에서 자주 먹는 시금치(128%)는 가격이 2배 이상이 됐고, 상추(39.9%)도 40% 가까이 올랐다. 고춧가루(33.0%)와 마른오징어(30.2%), 낙지(30.2%), 쌀(27.1%), 고구마(24.9%), 감자(21.4%), 오징어(20.9%) 등도 20% 이상 뛰었다.
외식 물가도 3%나 올랐다. 식재료비가 오른데다 최저임금 상승 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특히 서민들이 주로 먹는 도시락(6.6%)이나 갈비탕(6%), 김밥(5.7%), 떡볶이(5.4%), 짬뽕(5.2%) 등이 주로 올랐다.
실제로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치킨은 가장 가격이 싼 프라이드마저 2만원을 내야 배달을 시킬 수 있게 됐고, 집 앞에서 6000~7000원이면 먹을 수 있었던 설렁탕이 이제는 8000원은 줘야 먹는다. 아이들이 많이 먹는 우유나 과자도 수년 만에 3~7%가량 가격이 올랐다. 아이 하원 길에 종종 편의점에서 사주던 바나나 우유도 100원이 오른다니 올해부터 우리 아이도 엄마 손잡고 바나나 우유를 사먹는 재미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물가가 오르는 것만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면 그나마 부담이 적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실질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1%, 2분기 -0.1%, 3분기 -1.3% 등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명목소득이 늘어도(3분기 기준 3%) 금리 인상으로 은행에 갚아야 할 이자가 많아지고 세금,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줄었는데 식비만 날로 오르니 올해도 서민의 삶은 점점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오히려 ‘저물가’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 한국은행이나 기획재정부 등 정부당국의 물가 목표치인 2%를 한참 밑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항목 중 가중치가 높은 석유류나 자동차 등 소비재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휴대전화료(-1.6%), 도로통행료(-1.3%), 병원검사비(-8%) 등도 가격이 떨어져 소비자물가 상승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학교 급식비(-4.1%)도 무상급식 확대 등의 영향을 받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 소비자 단체가 서울지역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량이 최근 물가가 ‘인상됐다’ 혹은 ‘매우 인상됐다’고 답했다. 먹거리 물가 상승이 통계적으로 숫자만 오른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체감도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부 정책의 토대가 되는 국가 통계와 국민의 인식과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돼 버렸다. 그만큼 정부가 숫자상의 통계 이외에 살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책상에 앉아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서민들의 물가 체감을 몸소 체험해야 제대로 된 물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황금돼지해를 맞아 누구나 풍요로운 한 해가 돼야 할 올해, 정부는 연초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 참 많을 것으로 보인다.
carrier@heraldcorp.com
![4000만원 낼 세금을 1억 넘게 물다니…‘상속세 0원’이라도 꼭 신고해야 하는 이유 [이세상]](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news-p.v1.20260903.e72e37cbc9ac475abd6197c15b096a38_T1.png?type=h&h=240)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